【부카레스트, 루마니아 외신종합】루마니아에서 작고 초라한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서 바로 옆에 세워진 대형 철조 고층 빌딩을 철거하라는 명령이 법원에 의해 내려져 화제다.
7년간의 법정 투쟁을 거쳐 얻어낸 이 귀한 성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법원은 19층짜리 건물을 철거하고 원래대로 평평한, 작고 아담한 시민공원으로 만들 것을 명령했다.
사실상 이 고층건물은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관공서의 적절한 건축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었고, 특히 성당의 안전을 위협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부담스럽게 하는 건물이었다.
부카레스트대교구장 요안 로부 대주교는 1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이들이 돈의 위력이 법과 이상의 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느님께서 도움을 주시어 우리의 희망이 이뤄지게 해주셨다”고 기뻐했다.
오래 전부터 이 불법 건축물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이어졌지만, 2006년 결국 공사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전국의 성당들이 일제히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이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했다. 루마니아 전체 인구의 86%를 차지하는 동방교회 역시 가톨릭교회에 지지를 보냈다.
1883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루마니아에서는 가장 큰 라틴 가톨릭 전례 건물로 200만 명 가량의 루마니아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인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성당에서 불과 20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 지어지는 고층 빌딩에 대한 우려는 단지 불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라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지역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지난 1977년에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부카레스트에서만 1500명이 사망했다. 성당의 기초도 당시 충격으로 약화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밤낮으로 이어지는 공사 소음과 진동 등으로 성당은 미사를 봉헌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겪었고, 성당의 안전도 크게 위협받았다.
결국 사회 각계 각층의 비난을 불러 일으키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루마니아 대통령에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에 이르렀으며, 결국 빌딩은 철거 명령을 받았다.
불법 건축물의 소유주는 이제 철거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비록 법원은 시의 인허가 절차의 문제를 들어 시 당국의 책임을 더 많이 물었지만 시는 그런 비싼 공사에 들일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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