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간단하게 짐을 꾸려 2009년 10월 28일 아프리카 잠비아로 출발했다. 루사카에 도착하니 유근복 신부님이 마중을 나와 계셨고, 이곳 솔외지 교구청까지 700km 거리인데 길이 좋지 않아 자동차로 12시간 이상 걸린단다.
결국 키트웨라는 곳에서 하루를 머문 뒤 그 다음날까지 계속 달려 오후 늦게 교구청에 도착했다. 반다 주교님께서 반가이 맞아주시며 마냐마와 루마나 광산촌 두 곳의 본당신부에 대한 임명장을 미리 만들어 내 손에 쥐어주셨다. 마냐마와 루마나 광산촌은 뭄베지라는 본당의 공소들이었는데 루마나라는 큰 광산이 생기면서 인구가 갑자기 증가해 두 지역을 본당으로 승격, 나에게 맡겨주신 것이다. 그리고 모본당인 뭄베지 사제관에 거주하면서 일을 시작하라고 하셨다. 뭄베지본당은 30여 년 전 외국인 선교사가 성당과 사제관을 짓고 활발하게 선교하던 곳인데 그들이 떠난 후 모든 것이 노후 되고 사제관도 새로 지어야할 형편이었다.
그날부터 까뿌또 본당신부와 함께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 생활이 시작됐다. 우선 전기가 없기에 깜깜한 암흑 속에서 손전등과 촛불에 의지해야 했다. 전화기는 있지만 통신시설이 미비해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터지고,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는 꽉 막힌 세상이 되고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샤워 대신 물 한 통 들고 헛간에 가서 고양이 세수하듯 간단히 하고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욱이 참기 어려웠던 것은 생쥐들은 기본이고 도마뱀, 박쥐, 개미, 모기뿐만 아니라 이름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스물스물 거리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첫 번째로 극복해야 할 문화적 충격이요 시련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나자 차츰 적응이 되고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깜깜한 밤하늘에 떠 있는 쏟아질 것 같은 많은 별들을 보면서, 적막한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합창을 들으면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마들의 재잘거림과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평화와 행복감을 느꼈다.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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