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13일)을 앞두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간다. 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짊어진 5처에서 발길을 멈췄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봉사를 마치고 지난 1월 귀국한 조원제(요셉·61·평택대리구 진사리본당)씨의 삶은 시몬과 닮아있다. 다만 조씨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예수가 걸어간 고난의 길에 동참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직 의사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조씨는 지난해 9월 돌연 은퇴했다. 잠시 접어놓았던 젊은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의사가 되면 오지에 가서 봉사하기를 희망하지만, 살다보면 잊게 되기 마련이죠. 근데 다시금 예전의 꿈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더라고요.”
결심과 함께 조씨는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에 지원했고, 교구 사제 세 명이 파견돼 있는 남수단으로 향했다. 물론 두려움도 컸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불안한 치안 등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후 그는 그곳에 계신 하느님을 느꼈다.
“제 자신을 돌아보며 신앙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매일이 피정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하루에 15~30명의 환자를 만나며 피정처럼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인근에 진료소가 두 개나 있었지만 정식 의사 자격증을 소지한 봉사자는 없었다. 치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다른 진료소와 달리 조씨의 진료소에서는 외상치료와 간단한 봉합이 가능했다. 덕분에 화상 환자와 크고 작은 외상 환자들에게도 치료 기회가 생겼다.
“남수단에는 외과 치료가 가능한 의료 봉사자가 절실해요. 맨발로 다니기 때문에 쉽게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밤낮 기온 차가 커 모닥불을 지피는 경우가 많아 화상환자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현지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 중에서도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치료한 마리아를 떠올렸다. 청각장애에 간질을 앓고 있는 마리아는 모닥불을 피운 상태에서 발작을 일으켜, 머리와 어깨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그가 매일같이 소독해주며 정성껏 보살핀 끝에 상태가 호전됐다.
“집에 온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벌써 남수단이 그리워요. 가정형편도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마리아가 특히 생각나요. 신부님들께서 남은 치료를 잘 해주시고 계실 거예요.”
이번 파견은 수습기간이었다며 곧 장기 선교를 떠나고 싶다고 밝힌 조씨는 인터뷰 말미에 절제와 희생과 더불어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사순시기가 머나먼 남수단의 이웃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순에는 남수단과 함께하는 기간이 되길 바라요. 또한 더 많은 의료 봉사자들이 그곳을 찾아가 하느님께 받은 달란트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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