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주문과 동시에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커피 원두를 곱게 갈아 커피 기계에 결합하고 약 1온스(약 25~30㎖)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남짓. 금세 카페 안에 향긋한 커피 향이 퍼졌다.
능숙한 솜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기도 시흥시 노인종합복지관(관장 안은경) 실버카페 ‘다정(茶情)’을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커피 전문점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실버바리스타 어르신들을 만났다.
다정은 지난 2010년부터 복지관에서 실시한 실버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어르신들은 교육을 통해 에스프레소 추출을 비롯한 바리스타 기초과정과 심화 실습과정을 수료했다.
실버바리스타 1기생 예정희(테레사·68)씨는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예씨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커피는 일반 커피전문점과는 분명 다른 맛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바리스타로서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손님의 취향을 배려해 커피를 만드는 것이 우리 카페가 가진 장점이에요. 내가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요.”
예씨의 말대로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은 어르신 바리스타에 한 번 놀라고 커피 맛에 두 번 놀란다. 다정을 자주 찾는다는 이수연(26)씨는 “어르신들의 정성이 담긴 커피라,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맛이 더 좋다”며 “어르신들이 제2의 인생을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메뉴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라멜마끼아또 등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모과차, 대추차 등 전통차, 지역 특산물 연(蓮)을 넣어 만든 연라떼, 연잎차, 연빙수 등을 마련해 경쟁력을 갖췄다. 다양한 메뉴를 맛있고 신속하게 만들 수 있기까지 어르신들의 피나는 연습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은자(베로니카·73)씨는 “초보 시절에는 주문이 밀리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손님이 갑자기 몰려도 여유를 잃지 않을 정도가 됐지만, 처음에는 워낙 커피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순서를 헷갈리고 우왕좌왕하기도 했어요. 실수로 음료를 잘못 만들기도 했고요.”
실버바리스타는 어르신들에게 ‘일’이 아닌 삶의 ‘활력소’다. 어르신들은 하루 5시간 근무도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만들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기도 했다.
유희숙(멜라니아·65)씨는 “커피는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커피 향은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래서인지 첫사랑과 닮았어요. 늘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랍니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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