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리를 육신과 정신, 그리고 마음, 즉 영의 꼴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육신과 정신에만 얽매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영성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모세’가 될 수도, ‘파라오’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민영기 신부(안산대리구 성포동본당 주임)는 구약성경의 인물에 빗대어 ‘모세’와 ‘파라오’의 차이에서 영성을 설명했다. 그 둘은 육신과 정신의 훌륭함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즉 영성이 풍성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민 신부는 이렇게 구약성경의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현대 영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성경은 우리 신자들에게 중요한 말씀입니다. 성경은 교의적, 주석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성경을 대하다보면 영감을 받게 됩니다. 바로 영성적인 방법으로 읽는 것인데 그렇게 잘 기도하고 묵상하며 읽으면 성경 속의 더 깊은 보물을 캐낼 수 있습니다.”
특히 민 신부는 구약성경을 영성으로 읽어가는 방법에 아드리안 반 카암 신부가 제창한 ‘형성과학’을 도입한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끈다. 형성과학은 다양한 분야의 개별 과학을 통합해서 체계적으로 하나의 틀로 이해하면서 이를 통해 하느님의 신비와 영성을 만날 수 있는 신학으로 이어지는 학문이다. 민 신부는 이 형성과학이 과학의 논리구조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영성을 이해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유용한 원리라 여겼다.
“수도원 영성을 비롯한 전통영성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실천하며 영성을 키워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본당사목을 하면서 영성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 파편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 형성과학이 현대인의 영성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정영식 신부를 통해 형성과학을 공부해온 민 신부는 구약성경을 형성과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읽어나갔다. 그렇게 연구하고 묵상한 내용을 신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 지난달 출판한 「영성으로 읽는 구약성경」이다. 형성과학의 방법을 이용했지만 형성과학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냈다.
민 신부는 책 출판에 그치지 않고 정영식 신부와 함께 성포동성당에서 ‘현대 영성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민 신부는 형성과학을 전함으로써 신자들이 이 시대의 영성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궁극적인 소명을 탐구할 때 영성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형성과학은 그런 우리에게 신앙을 스스로 분별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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