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사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성체를 거양할 때 ‘아차, 내 정신이 어디 가있었나’하며 깜짝 놀랄 때도 종종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간절함이 부족해 집중이 덜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간절함은 제가 그만큼 나태해졌다는 징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총회장의 일도 봉사라는 핵심은 잊고 사무적으로 처리할 때가 많아 가끔 ‘이러면 안 되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총회장으로 봉사한지 벌써 2년이 돼가니 스스로를 ‘안팎으로 점검을 해봐야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중미사 전, 성당 현관에서 미사에 오시는 교우들을 맞이하며 안부를 나눈 지 2년이 다 돼갑니다. 총회장이 되면서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이 직책을 맡고 있는 동안은 계속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때문에 요즘은 미사 전 성체조배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미사 중 ‘집중력 저하의 주원인’이라고 스스로 자위를 해왔습니다.
저희 집에는 ‘순이’라는 눈먼 하얀 암컷 진돗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처음 눈이 보이지 않을 때는 여기저기 부딪쳐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주인의 소리만 들으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겅중대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보지 못하는 순이에게 희한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멀리서도 낯선 차와 가족의 차를, 낯선 사람과 우리 가족의 발자국 소리를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의 말로는 순이가 시각을 잃은 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불행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분을 다하려는 순이의 노력과 성실함이 제 마음을 더욱더 당기게 합니다.
계사년이 밝았습니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순이가 저에게 핑계대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었던 구약성경 필사와 아내와 함께 연세 많고 어렵게 사시는 교우의 가정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뵙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씨앗을 뿌리며 깨어 노력하면 미사성제가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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