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발표 이후 ‘교황의 사임’은 보편교회의 관심뿐 아니라 연일 외신과 국내 언론에 보도되며 화제의 중심이 돼왔다.
단순한 사임 발표의 배경은 물론 퇴임 후 교황의 거취와 예우, 바티칸의 미래 행보, 새 교황 선출에도 눈과 귀가 모아졌다. 600여 년만의 교황 사임이라는 이 초유의 사건은 세계의 궁금증을 끊임없이 일으키며 교회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교황 사임과 관련된 모든 궁금증을 묻고 답하기(Q&A)로 풀어본다.
Q. 교황은 사임할 수 있을까?
A. 답은 너무나 간단하고 또 명백하다. 교황도 사임할 수 있다는 것.
‘신의 대리자’로서 교황은 관습적으로 종신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발표로 교황도 사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회법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주 능력이 있는 이는 누구든지 정당한 이유로 교회 직무를 사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187조는 교황의 사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다만 부당하게 가해진 극심한 공포나 혼란, 기만적 행위에 의해 결정된 사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교회법 188조)
일반적인 경우, 사임은 개인적이고 자유롭게 이뤄진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의 사임은 정당한 절차가 바탕이 돼야 한다. 교회법은 ‘사퇴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증인들 앞에서 구두로 표명되어야 한다(189조 1항)’고 언급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 절차에 따라 지난 11일 추기경 회의에 소집된 추기경들 앞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더 생긴다. 교회법에는 ‘해당 직무의 서임을 소관하는 권위자(189조)’가 사퇴를 수리할 수 있다고 표현돼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 사임은 누가 처리하는 것일까? 물론 그 누구도 교황의 사임을 수리할 수는 없다. 교황 스스로가 자유롭고 올바르게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교회법 제332조 2항)
교회법적으로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교황 사임에 전 세계가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교황의 자의적 사임이 약 6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안젤로 소다노 외 최측근을 제외한 바티칸 내부에서조차 이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언제 사임을 결정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바티칸 신문 편집장은 교황이 지난해 멕시코와 쿠바 순방을 다녀온 직후 사임 절차를 밟았다고 기술하는 한편,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번 교황 사임 발표는 고령의 나이와 체력 소진에 따른 직무 수행의 한계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네딕토 16세는 몇 달 전 비밀리에 심장박동기 배터리를 새로 교체했으며, 관련 의료 조치는 일상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심장박동기는 2005년 교황 선출 이전부터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탈리아 일간지 「일솔레 24」에 의해서 처음 밝혀졌다.
Q. 교회사 속 사임한 교황들은?
A. 교황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사임한 교황들은 많지 않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까지 총 265명의 교황 중에서 10여 명이 사임을 표명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클레멘트 1세(92?~101)와 폰티아누스(230~235), 키리아쿠스, 마르첼리누스(296~304), 마르틴 1세(649~655), 베네딕토 5세(964), 베네딕토 9세(1032~1045), 그레고리오 6세(1045~1046), 첼레스티노 5세(1294), 그레고리오 12세(1406~1415) 등이다. 하지만 역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가장 최근의 교황 사임은 콘스탄츠공의회가 열린 15세기다.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오 12세는 교회 분열이 극심했던 당시 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임했다.
이에 앞서서는 13세기에 첼레스티노 5세가 84세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직무의 과중함으로 취임 5개월 만에 자진 퇴위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교황의 사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교황 바오로 5세는 “부성은 사임할 수 없다”고 밝히며, 종신직인 교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바오로 5세는 또 ‘사임’이 관행으로 남게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건강상의 문제 말고도 여러 가지 외적인 이유로 퇴임 압박을 받게 될 미래의 교황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임을 고려한 교황들도 존재한다. 한국교회와 친숙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여기에 속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과 1994년 추기경단에 보낼 서한을 비밀스럽게 준비했었다. 서한은 모두 사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1989년 작성된 서한은 “불치병에 걸렸을 경우 로마 교황의 직무 이행으로부터 나를 막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심각하고 장기적인 장애에 시달릴 경우에는 “거룩한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로마가톨릭의 주교로서 나는 성스럽고 교회법적인 직무를 포기한다”고 언급했다.
1994년 서한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구장직을 맡은 주교들의 은퇴 연령인 75세에 교황이 사임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2년 전 대장의 종양을 발견한 것은 주님께서 이미 결정하신 바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서한을 통해 사임하지 않을 것을 밝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성공적으로 종결지은 교황 바오로 6세의 종적을 따라갈 것을 다짐했다.
Q1. 퇴임 전까지 교황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임은 오는 28일로 정해졌다. 사임을 발표한 11일에서 이틀이 지난 후에는 재의 수요일 미사를 집전했다. 현직 교황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봉헌한 재의 수요일 미사였다.
이날 열린 주례 일반 알현에도 나서 수천 명의 신자들 앞에서 “사랑과 기도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삼종기도에 참례했으며, 24일 마지막으로 삼종기도에 참례할 예정이다.
Q2. 퇴임한 교황의 거취와 호칭은?
가톨릭교회 성직 위계 제도에는 아직 전임 교황에 대한 호칭에 대해 언급된 바가 없다.
때문에 교황의 퇴임 후 호칭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교황은 퇴임일인 28일 오후 8시 이후,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여름 휴양지인 이탈리아 라치오 주 카스텔 간돌포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교황청 내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Q3. 퇴임한 교황의 예우와 역할은?
선종(善終) 이전 교황 사임은 59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례가 없는 전임 교황의 예우와 역할을 놓고 바티칸이 고심하고 있는 사안이다. 베네딕토 16세는 퇴임 이후 바티칸의 중요한 미사, 행사 등에는 공동 집전 형식으로 참례하며, 수도원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베네딕토 16세는 퇴임 후에도 자유롭게 글을 쓰면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임 교황과 현직 교황이 공존함으로써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해 롬바르디 신부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매우 신중하며, 교황은 스스로 사임했고, 우리는 그런 혼란과 분열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Q4. 교황 베네딕토 16세 퇴임 후 교황청은?
교황청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콘클라베를 이르면 내달 초로 앞당길 수도 있다.
교황청 규정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 공석 이후 최소 15일이 지난 뒤에 열도록 돼 있다.
일반적인 경우, 전임 교황의 선종 후 장례와 애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생존해있어 애도 기간이 필요 없고, 예고된 사임이라 추기경들도 미리 바티칸에 모일 수 있다.
또한 추기경들은 주님성지주일인 3월 24일 전에 새 교황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Q5. 콘클라베란?
콘클라베(conclave)는 원래 ‘열쇠로 잠근다’는 뜻이며,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로 일컬어진다.
교회의 전통이라고 여겨진 교황의 종신제로 인해 교황의 서거 후 15~20일 이내에 열리도록 돼있었다.
최초 교황인 성 베드로는 사도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그리스도에 의해 직접 교황으로 간택됐지만, 이후 그의 후계자인 교황을 선출하는데 있어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합리적 최선의 선거방법을 모색해왔다.
콘클라베 제도가 확정되기까지는 1000년이 걸렸고, 첫 콘클라베는 1241년 열린 것으로 전해진다.
Q6. 콘클라베의 교황 선출 방식은?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교황을 선출하며, 오늘날 추기경들이 교황선거를 위해 유폐되는 장소는 바티칸 궁전 안 시스티나 성당이다.
교황선거를 흔히 만장일치제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보통 비밀투표로 3분의 2의 다수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그동안 외부세계와는 접촉이 차단되고 촬영 및 녹음이 금지되며 선거에 관련된 모든 기록은 교황청 고문서실에 보관된다.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를 통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교황선거의 결과를 알리는데, 검은 연기이면 미결, 흰 연기이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다.
Q7. 역대 교황은 몇 명인가?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역대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포함해, 총 265명이다. 이는 1947년 교황청 연감에 개정된 공식적 역대 교황표에 따른 것이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에서 시작해 선출된 후계자들이 교황직을 맡아 그의 뒤를 잇고 있다.
초기에는 교황직을 맡은 로마 주교 명단에 그들의 재위 연대가 표시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당시 주된 관심이 역사보다는 교의의 정통성을 입증하려는데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교회는 교의의 순수성을 사도적 전승과 계승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Q8. 교황의 권한은?
로마교구의 교구장 주교,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 서방교회의 최고 사제, 이탈리아의 수석 대주교, 바티칸 시국의 원수 등으로 표현되는 교황은 실제적으로 세계 주교단의 단장이자 현세 교회의 통괄적 최고 사목자다.
처음에는 주로 이탈리아계 추기경들이 교황직을 수행했으나,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나라에서도 교황이 선출된 바 있다.
교황은 교황의 권위로 가르치는 교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다른 주교들과 동일한 신품권을 갖고, 모든 성직자들의 것을 능가하고 포괄하는 통치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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