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의·과학이 다져지지 않고는 산업 발전도 그 영속성도 보장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과학 산업은 원천기술 부족으로 인해 난치병 치료기술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사상누각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지적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제품화에 성급하게 달려들고, 임상에 돌입하려는 등의 실태는 난치병 환자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제7회 생명의 신비상 대상 수상을 위해 방한한 도시오 수다 교수(Toshio Suda·일본 게이오대 의대)도 “한국의 임상의학 수준은 매우 높아 서구와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임상의학 못지않게 중요한 원천 기초의학을 탄탄히 할 때에야, 줄기세포를 재생의료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줄기세포 해외 원정 시술은 한국뿐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줄기세포에 관한 무분별한 보도와 상업적 홍보들은 거의 위험하다고 할 만한 수준입니다.”
수다 교수는 “따라서 연구는 물론 임상적용 등에 관해서는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과 기초의학을 탄탄히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초기 인간생명인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그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생명을 희생시키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아울러 연구자 입장에서 의학적 안전과 구체적인 성과를 적용하는데 있어서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에도, 배아줄기세포의 효용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교토대 연구진이 만들어 노벨상까지 수상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도 암을 유발시키지 않도록 분화를 조절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올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분화가 원천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또 조절되는지 근본적인 신비를 밝혀야 한다. 또한 세포가 몸 안에 들어가 미세 환경의 영향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수다 교수는 이러한 성체줄기세포(조혈모세포)의 역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쌓아온 연구자다.
구체적으로 그는 조혈줄기세포와 그 미세 환경의 관계 등에 관해 연구, 독립적인 줄기세포 분화 설명 이론을 정립했을 뿐 아니라 줄기세포 노화와 관련한 새로운 이론 분야를 확립해 백혈병줄기세포 연구도 크게 뒷받침해왔다. 또한 일본 줄기세포학회와 혈액학회를 설립하고 후학 양성과 국제적인 의과학자 교류 등도 활발히 이끌며 생명과학의 학문적 발전을 선도해왔다.
수다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에 빠져들게 된 때는 소아과의사로서 활동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아종양학 분야 전문가였던 수다 교수는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생명을 잃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조혈모세포 연구 분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도 줄기세포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재생의료를 밝혀줄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과학 선진국들이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와 관련한 각종 폐해들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은 연구 및 치료 윤리와 관련한 문제들이다. 과대광고와 불법 치료 등으로 인해 최근엔 생명을 잃는 환자들의 사례도 속속 드러났다. 특히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인간 생명을 파괴하면서 진행돼 윤리적 갈등의 전면에 서 있다. 하지만 이른바 건강지상주의와 실용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은 줄기세포연구의 비윤리적인 면을 덮어주는 그릇된 모양새를 보인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까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시판 허가까지 내주어 사회를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수다 교수 또한 성급한 임상적용과 제품화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그는 “조혈줄기세포의 경우도 어떻게 분화하는지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자가생산 및 시험관 내에서 확장하고자 할 때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이에 관한 연구는 골수와 제대혈 이식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해 난치병 환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줄기세포가 적혈구뿐 아니라 심장근육이나 각종 장기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만들어진 장기들을 살펴보면 성숙한 성인의 간이나 근육 등이 아닌 원시적인 구조를 드러낼 뿐입니다. 아직도 연구가 더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어 수다 교수는 “간 혹은 신장 등의 장기는 3차원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수없이 산재해 있다”며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나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는 단일 세포만으로도 몸의 재생기능을 도울 수 있어 임상 적용이 빨라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해마다 수천 가지 약제나 치료기술에 관한 동물실험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난치병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다고 판정되는 것은 1%도 넘지 않는다. 많은 줄기세포 치료기술이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수다 교수는 “재생의료 상용화 여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젊은 의·과학자들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이들을 양성, 지원하는 노력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생명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즉각적인 결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줄기세포 연구도 생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합니다.”
※ 도시오 수다 교수
일본 요코하마시립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에서 연구부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이어 자치의대에서 혈액학연구소 조혈 분야 조교수와 부교수로, 구마모토 의대 분자발생학 및 유전학 연구소 세포분화 분야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 2002년부터 게이오 의대 사가구치 연구소 발달생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줄기세포학회장과 혈액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계적인 과학 저널 ‘Blood’와 ‘Stem Cells’ 편집위원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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