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종종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의 증인들을 필요로 한다. 바로 수도자들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폭설이 발을 묶는 한겨울을 제외하면, 유럽 수도원들의 입구는 오가는 순례객들로 늘 북적인다.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길 원하는 순례객들을 위해, 많은 수도원들은 피정의 집 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일상을 뒤로하고 하느님 앞에 나를 내려놓은 시간, 수도원 순례는 때때로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각 수도원은 사람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 어떠한 모습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성 베네딕토회 멜크 수도원(Stift Melk)이 가까워질수록, 노란빛 화려한 색감과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웅장한 규모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이 수도원 뿐 아니라 유럽 내에 현존하는 수많은 수도원 건물들을 마주하면, 그 규모와 화려한 꾸밈에 시선을 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간이 각자가 가진 모든 재능과 재물을 다 바쳐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쌓고 다듬은 봉헌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가치는 교회사 안에서 뿐 아니라 인류 문화역사 안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바카우(Wachau) 지방에 자리한 멜크와 괴트바익 수도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되는 곳이다. 나아가 각 수도원은 옛 유산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수도원 곳곳을 기도하는 곳으로서만이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와 결혼식,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해 현대인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멜크 수도원이 자리한 곳은 오스트리아 바카우(Wachau) 지방 끝머리다. 바카우 지방은 괴트바익 수도원이 자리한 크렘스 지역에서 멜크 지역까지 도나우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35여km 길이의 계곡 마을을 일컫는다. 이곳은 빼어난 자연경관 뿐 아니라 중세시대부터 이어진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품고 있어, 지난 2000년 이 지역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멜크 수도원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유럽 최고의 바로크 양식 교회건축물로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 바로크 양식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제대를 비롯해 대성당 성물들은 화려한 순금 옷을 입고 있다. 2층으로 지어진 도서관과, 수도원 역사 및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도 걸작이다. 도서관은 수도자들이 지극히 가난한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매일 난방에 힘쓸 만큼 귀하게 다듬어온 공간이기도 하다.
박물관에서는 ‘마음으로 들어라’라는 주제로 꾸며진 말씀의 방을 시작으로, 인간이 하느님을 떠났을 때의 모습과 다시 찾아올 때의 모습 등을 묵상할 수 있는 11개의 전시실을 연이어 돌아볼 수 있다.
멜크 수도원에는 30여 명의 수도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12세기부터 유지해온 학교 운영이 대표적인 소임이다. 인근 지역 교육과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멜크 수도원 김나지움에는 현재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괴트바익 수도원(Stift Göttweig)은 처음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로 창설됐으나 1901년 베네딕토 수도원에 이관되며, 성 베네딕토의 영성의 못자리가 됐다. 특히 개신교의 거센 흐름이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고, 교회 쇄신운동의 하나인 가톨릭 종교개혁에 힘을 실은 구심점이기도 했다.
해발 422m 높이의 언덕에 세워진 성당을 비롯한 수도원 건물은 두 차례에 걸친 대화재로 본래 모습을 거의 잃었다. 현재 건물들은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모습이다. 이 수도원의 일부도 파울 트로거의 프레스코화로 꾸몄으며, 대성당 내부는 푸른색으로 장식해 성모님께 봉헌한 성당임을 드러내고 있다.
괴트바익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45명의 수도자들은 비엔나와 성폴텐 교구 일부 본당 사목 뿐 아니라 청소년센터 운영과 최고 수준의 포도농장 및 식당 운영 등을 담당한다. 또 수도원 안뜰 등에서는 매월 콘서트와 전시회, 박람회 뿐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한 장터 등도 다양하게 열려, 계절마다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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