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아직 날은 밝지 않았는데, 노총각 아들 녀석이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잠을 깨어 거실을 나와 창문 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지요. 지난밤부터 함박눈이 쏟아져 밤새도록 15cm가 넘는 눈이 쌓였습니다. 7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기에 ‘새벽미사(오전 6시)는 이미 끝나가는 시간인데, 이 눈길에 몇 사람이나 미사를 참례했을고’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성당은 교구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당으로 이미 미주 교포들이 능평성당을 더 잘 알고 있을 정도로 봄꽃, 여름 숲길, 가을 붉은 단풍, 겨울 설경이 수려한 성당입니다. 초대 주임인 황창연 신부님께서 성전을 건립해 주님께 봉헌하고 평창 생태마을 주임신부님으로 부임한 후 강의를 다닐 때마다 강의 중 미주 교포사회에까지 능평성당에 대한 자랑(?)을 해 그리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당 입구부터 바로 머리 위 벼랑중턱에서 예수님이(예수평화상) 우릴 맞아주시고 바로 14처가 시작되는 길을 걸으면 코로 들어오는 향기부터가 다릅니다. 숲의 들꽃, 연못, 물레방아, 벤치, 성모자상과 기도 공간 등 성지 순례를 온 분위기 때문인지 멀리서 일부러 산책 오신 분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분당 경계의 태재고개 너머 위치한, 신자 수 3600명의 그리 작지 않은 성당으로 면적은 1558평이 되지만 성당입구부터 성전까지 예쁜 길, 숲, 언덕, 벼랑 등을 빼면 겨우 성전과 피에타상 앞의 작은 행사 공간이 전부입니다. 1년여 전에 교우들이 농장으로 사용하던 682평의 부지를 새로 매입해 현재 주차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본당 사무실에서 문자가 와서 보니 ‘성당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제설작업을 하실 수 있는 분은 도와주세요’하는 내용입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본당 입구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설경과 함께 그 속에서 몇 사람이 먼저 와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눈이라 밀대로 치우는데 아주 힘이 듭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성당이지만 눈이 오면 교우들이 힘이 많이 듭니다. 백조의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 백조가 쉼 없이 물갈퀴질을 함에 있지요. 2~3시간 동안 성전 앞마당부터 성당입구까지 수 백 미터 언덕을 다 치우고 나면, 온몸과 이마에 난 땀과 함께 우리 주님을 보게 됩니다. 바로 내 앞에 라우렌시오, 프란치스코, 데레사, 제노비아, 요한, 즈카르야, 프란치스코, 안토니오, 마르코 등이 계십니다. “형제님, 자매님.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지금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의 성전을 봅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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