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선교사 신부가 왔다고 소문이 나니 그동안 쉬고 있던 신자들이 서서히 모여들면서 조그만 공소 건물로는 감당이 안됐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하루빨리 성당 터에 가건물이라도 짓는 것이었다.
건축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일은 나 혼자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오래전 화서동본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본당 시설분과장으로 봉사하던 백문기(임마누엘) 형제가 생각이 났다. 건축일이라면 막힘이 없는 그 형제만 있으면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았다.
즉시 귀국해 그 형제를 만나 그곳 사정을 소상히 설명한 다음 “우리 60줄이 넘어가는데, 말년에 하느님께 멋진 선물 하나 해드립시다”라고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기를 청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큰 공사를 하는 관계로 어려울 것 같다면서 금일봉만 내밀고 사라졌다. 크게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해 어쩔 줄을 모르며 지내던 차에 갑자기 그에게서 “신부님, 언제 들어가세요? 함께 아프리카에 들어가겠습니다”라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자신도 한번 좋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이 섰단다.
하느님의 손길로 의기투합한 우리는 곧 잠비아로 들어와 토목공사부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공병대 도자를 빌려 도로를 내고 성당과 사제관 그리고 부속 건물들이 들어설 자리를 구축했다. 이후 앞으로 새 성당이 생길 때까지 사용할 200~300명이 들어갈 규모의 큼지막한 가건물을 지었고, 축성미사를 하면서 모든 교우들이 얼싸안고 기쁨의 춤을 췄다.
그는 한 달 이상 머물며 많은 일을 해줬고, 내년부터 시작할 공사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하느님께서 이루시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큰 손길로 도와주심을 깊이 믿으며, 앞으로도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걱정하거나 겁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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