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사람들은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몰라요. 가정이 해체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엄마’의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성빈센트다문화센터 센터장 천 지타 수녀는 공부방을 운영하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아이들과 다름없고 오히려 더 순수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사실은 가슴 속에 큰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된 건 아이들 잘못이 절대 아니에요.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극도로 대화를 피하거나 위축된 아이, 구석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아이, 말을 걸면 눈물을 흘리는 아이.
천 수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행동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기도 언어치료와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도 병행했다.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정해체와 방치, 가정폭력 등을 겪고 있어요. 동남아 등에서 온 많은 엄마들의 관심이 자녀교육보다는 돈 버는 데 있다 보니 아이들은 방황하게 돼요.”
천 수녀의 바람과는 달리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정이 무너진 빈자리를 채우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문제의 근원인 가정을 치유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부모들이 거부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공부방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었지만 천 수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부를 봐주고 태권도장과 연계해 태권도도 가르쳤다.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일대일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한 계기는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부터예요. 비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의 모습에 변화가 부쩍 늘었어요.”
무관심 속에서 방황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준 것은 천 수녀와 친구들의 관심이었다. 아이들은 조금씩 밝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쌓인 문제는 산더미 같다. 이미 많이 뒤처진 학업을 되돌려야 하고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도 보살펴야 한다.
“정말 어려움이 많은 길이지만 저는 이 시대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도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것이 많은데 봉사자가 부족합니다. 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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