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머리카락에 하얗게 세월이 내려앉은 노년의 어르신들이 촛불을 들고 수원교구 성남대리구 성남동성당(주임 최진혁 신부) 안으로 입장했다. 본당에서 마련한 ‘회갑, 칠순, 팔순미사’의 주인공들이다.
관할 지역 내 노년 인구가 많은 본당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쓸쓸하게 생신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잔치를 계획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은 그 범위를 확대해 공동체 내 61, 70, 80세를 맞은 어르신 20여 명을 모아 생신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가족과 본당 교우들의 축하를 받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주름이 확 펴질 것 같은 환한 미소가 번졌다.
미사 중에는 며느리와 자녀들이 나서 어르신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본당 소공동체위원장 박계숙(아가다·61)씨는 “고부간, 모자간, 부녀간 서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자손들의 편지를 받은 어르신들은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깜찍한 율동 공연도 이어졌다.
본당 주임 최진혁 신부는 미사를 통해 “지금처럼 하느님 앞에 60, 70, 80세까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며 “신앙인에게 노년의 시기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하는 준비의 시기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황혼을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 신부는 각 어르신들을 위한 안수 기도를 하고, 신앙 안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네 명의 손녀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은 김갑례(베로니카·70) 할머니는 “본당에서 이렇게 챙겨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하느님께로 다가가고 있는 우리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고 영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간단한 다과가 이어져 어르신들과 가족들 간에 친목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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