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성당 굴뚝의 흰색 연기, 이어진 성베드로대성당의 우렁찬 종소리. 광장에 일렁이는 수많은 인파의 환호 속에서 새 교황의 탄생이 장엄하게 선포된 후,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3일 오후(로마 시간)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자 미주 지역 첫 교황이 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Jorge Mario Bergoglio·76세·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의 첫 마디는 “보나 세라(Buona sera·이탈리아 저녁인사)”. 광장의 인파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한 그의 따뜻한 첫 인사였다.
청빈과 정결, 평화의 사도를 따라 선택한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으로 그는 기도를 청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형제애로 맺어진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합시다.” 새 교황은 이어 교황으로서의 첫 축복(Urbi et Orbi)을 베풀기 전에 자신을 위한 축복을 하느님 백성에게 청했다.
“주교가 백성들에게 축복을 주기 전에, 먼저 주님께 여러분의 주교를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머리를 조아린 프란치스코 교황을 바라보며 광장에 모인 10만여 명의 교구민들은 15초간 침묵 가운데 로마의 주교이자 보편교회의 목자를 위한 간절한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지난 2월 28일 역사상 초유의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 후, 추기경들은 물론 온 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지하며 신앙의 새로운 여정을 이끌어줄 목자의 탄생을 위해 기도해왔다.
세간의 온갖 예상과는 달리 콘클라베 시작 이틀 만에, 5번째 투표에서 추기경들은 제삼세계 출신으로 소박한 삶과 사회정의를 위한 투신에 주저함이 없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보편교회의 목자로 선출했다.
주교관저를 나와 작고 소박한 아파트에 거주하며, 운전기사도 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던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외에 다른 어떤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했을까.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새 교황은 이름으로 보여준다.
그의 삶이 보여주듯, 신앙과 삶의 쇄신을 촉구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서구사회와 제삼세계를 이어줄, 그리고 오류와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세상 속으로 뛰어들 것을 확신함으로써 탁월한 선교사의 풍모조차 지닌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은, 사임하기까지 베네딕토 교황의 고뇌에 대한 추기경들과 하느님 백성, 시대의 응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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