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사랑은 이제는 흘러간 옛 사랑인데/ 간절하게 사랑하던 그님/ 그리워라 사랑, 사랑/ 나의 가슴에 사무친 옛님 생각/ 그리워라, 그리워라/ 지나간 옛날의 내 사랑 간절하구나/ 나의 님이여, 그립소이다.”
언뜻 춘향의 엄마 ‘월매’를 떠올리면 기생으로서 주책 부리는 말투에 가벼운 행동을 일삼는 여인으로 그려지기 쉽다. 하지만 권용진 교수(자카리아·69·전 경희대)가 그려내는 월매의 모습은 이와 사뭇 다르다. ‘나도 한때는 사랑을 했었다’며 떠나간 옛님을 부르짖는 월매의 아리아는 그의 여심(女心)을 통해 관객들을 울리고, 나아가 절대 자신을 향한 신앙심마저 우러나게 한다.
권 교수는 3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그랜드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음악총감독을 맡았다. 월매아리아는 그 가운데 펼쳐지는 그의 곡이다. 각종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고, 다양한 행사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쉴 새 없이 작품활동을 해왔던 그는 이번 월매아리아의 선율과 가사가 참으로 특별하다고 했다.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되면서 작곡 및 편곡작업을 할 때마다 신앙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넣게 되더라고요. 그 색깔과 느낌과 감각, 종교음악이 추구하는 독특한 코드가 있거든요. 월매아리아도 평생 ‘님’을 그리는 작고 낮은 월매의 모습을 통해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곡에 신앙적 색깔을 입히는 그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9년 결혼을 하기 위해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1973년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더욱 신앙심이 두터워졌다고 했다. 종교음악을 작곡했던 많은 작곡가들의 삶과 사상을 배우며 신앙의 깊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내 학교 교가들의 편곡작업을 진행할 때도 그는 신앙적 요소를 첨가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있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서울시내 101개 학교의 교가들을 다시금 편곡한 것이다. 합창과 같은 음악의 힘을 통해 학교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독일의 사례를 보고 학생들이 부를 수 있는 교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이 부르지 않는 교가는 더 이상 교가가 아닙니다. 작곡을 할 수도 있었지만 졸업생들의 반대가 있어 편곡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기존 교가에서 완전히 탈바꿈하는 형식의 편곡작업이 진행됐어요. 신앙적 요소를 넣어 학생들의 자존감과 애교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는 최근 교회 내외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2011년에는 남양성모성지 봉헌 20주년을 맞아 기타리스트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와 함께 자신이 작곡한 ‘하느님 계신 평화의 나라’를 초연했고, 2012년에는 판교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의 새성당 입당을 기념, 축하음악회를 열어 터키 국립 보드룸 챔버 오케스트라를 초청하기도 했다.
“음악은 저의 평생 연인이자 가슴 안에 있는 무엇이지요. 독일 말 중에 ‘나는 너를 사랑해’보다 더한 말이 ‘나는 너의 심장이다’라는 말이에요. 그런 심장 같은 존재가 음악입니다. 그런데 신앙은 저의 전부이지요. 심장보다 더 큰 저의 모든 것입니다. 평화 안에 머무르는 마음으로 다양한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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