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람이 그리웠는지 한 시간 전부터 가정방문실(원장 이영일 수녀) 수녀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어댄다. “갈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계단을 오르고 보니 이미 방문을 열어놓고 앉아 기다리고 있다.
14일 오후 2시 전주교구 총대리 유장훈 몬시뇰은 가정방문실 수녀들과 함께 쌀과 라면, 딸기를 들고 교구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방문했다. 성탄 날 빙판에 넘어져 거동이 불편한 자매, 중증장애를 가진 큰 아들과 알코올 중독환자인 작은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는 노모, 뇌졸중과 뇌경색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형제, 23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오른쪽을 전혀 못쓰는 자매와 버려진 아이 3명을 키워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외롭게 생활하는 자매를 만나고 조용히 두 손으로 이웃의 손을 잡아줬다.
밖은 따뜻한 봄 날씨건만 방안은 아직도 한 겨울이다. 자신의 체온으로 덥혀놓은 방석을 건네며 본인은 차디찬 바닥에 주저앉는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잡은 두 손을 타고 전해져오는 온기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유장훈 몬시뇰은 “우리가 어려운 이웃을 찾지 않는다면 이웃사랑은 그저 구호에 그칠 뿐”이라며 “우리가 고통 받는 이웃을 찾아가고 우리의 사랑을 모아 그분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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