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저희를 위해 수난을 겪으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지난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안중성당 귀퉁이를 차지하던 작은 시골마을들이 도시계획으로 아파트 단지가 생겨 교구의 계획에 따라 청북성당이 새로 설립됐습니다. 새로 부임한 주임신부님께서 ‘총회장’이라는 뜻밖의 직책을 주셨을 때, 다른 이들은 ‘축복’이라고 했지만 저는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부족한 저를 쓰시겠다니요. 제 이름이 ‘순명’인지라 아무 소리 못 하고 “예”하고 순명했습니다.
거대한 아파트 옆 텅 빈 조그마한 성당터를 바라보고 기도하며 부족한 저를 뽑아 주셨으니 주님께서 함께해 주십사 말씀드리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터에 성전건립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 성당 저 성당 찾아다니며 집기와 성물들을 모아들였습니다.
현재 미사 올리는 임시성당도 이미 완성된 다른 성당에서 얻어 옮겨 지은 조립식 건물입니다. 얻어온 물건을 닦고, 칠하고 제자리를 찾아 정리하다 보니 아름답고 아담하며 포근한, 누구나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더해 주는 성전이 되었고, 2012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입당 미사를 거행하게 됐습니다.
본당 총회장이란 신자들을 보듬어 감싸고, 부족함까지도 끌어안으며 신자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생긴 성당이라서 그런지 초창기에는 서로를 알지 못하고 주일미사만 참례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저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까? 주님 사랑 안에서 서로가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사도가 될 수는 없을까’하고 생각해 주일미사 후 따뜻한 차와 다과나눔을 했고,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시골냄새가 풍기는 김치, 장아찌 등 소찬을 마련해 점심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모여 임시성당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보수하며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작은 기적이 아닐까’합니다. 교우들의 밝은 미소와 웃음소리가 청북본당을 발전하는 원동력이라 믿으며, 부활대축일의 기쁨과 영광을 영적, 물적, 육체적으로 봉헌해 준 청북본당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예수님 부활을 축하합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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