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일미사 강론시간에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하는 질문을 했더니,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거의 90%나 되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제대로 배불리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옷 하나 변변히 걸치지 못하면서도 행복하다니.
비바람이 불면 움막이 날라 가는 것은 보통이고, 20~30리 거리는 땀을 흘리며 걸어 가야하고, 아프면 약도 없이 나을 때만 기다려야하는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행복하다니.
그러나 여기서 이들과 오래 살다보니 육체적 삶과 여건은 말할 수 없이 고달프고 불편하지만 마음만큼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항상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신나게 사는 이들을 보면 불편 없이 많은 것을 넘치게 누리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지수가 높은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물질이나 쾌락, 고도의 문명의 혜택이 행복의 조건이 절대 아니라는 깨달음을 여기에서 생생하게 얻을 수 있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순박하게 천천히 여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이곳 형제들을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질 때가 많다.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빠른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발버둥 치면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곳 사람들의 무지와 게으름을 탓하지 않았던가! 이제 생각하니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베풀기보다 오히려 소중한 인생의 값진 교훈을 이들로부터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정말 이들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또 더욱 깊이 사랑하고 싶다. 곧 가정방문과 진료소, 유치원도 시작하게 되면 이들과 진한 만남 속에 더욱 행복한 나날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기도 중에 이곳 형제들을 위해 기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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