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사회복음화국(국장 홍명호 신부)은 3월 20일부터 8주간 ‘2013 사회교리학교 심화과정’을 연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교황 회칙을 주제로 마련된 2013 사회교리학교 요지를 지상중계한다. 이번 사회교리학교는 ▲새로운 사태 ▲어머니요 스승 ▲사목헌장 ▲민족들의 발전 ▲노동하는 인간 ▲사회적 관심 ▲백주년 ▲진리 안의 사랑 순으로 진행된다.
■ 노동헌장(새로운 사태 Rerum Novarum) / 양기석 신부
‘노동조건에 관하여’(De conditione opificium)라는 부제를 단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회회칙인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관심 대상은 ‘노동자가 처한 참담한 상황’이다. 자본과 노동,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음을 회칙은 간파하고 있다. 회칙을 발표한 교황 레오 13세는 사유재산의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당대의 사회주의를 배척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노동헌장에서 재산의 공유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주며 인간의 자연권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레오 13세는 회칙을 통해 사유재산의 소유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사유재산권은 인간의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나온 권리이므로, 국가가 이것을 철폐할 권리가 없고 일반적인 공공의 복지와 조화를 이루면서 규제할 수 있을 뿐이다. 자연법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박탈할 수 없는 실정법 이전의 법이라는 것이 레오 13세의 이해다.
교황은 각 계층의 사유재산제도를 유지하면서 심각한 빈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칙은 가난한 이들의 존중, 중세의 길드 시스템과도 같은 현 상황에 맞는 조합형태의 보호 장치, 그리스도교적 윤리와 생활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안 제시를 보면 교황이 당시의 자본주의 체제를 무조건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레오 13세는 <노동헌장>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톨릭교회와 국가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칙은 부자와 가난한 자는 모두 교회의 자녀이며, 인간으로서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다고 천명했다. 또 교회는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노동 분규를 종식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교황은 제도 개선의 제안 이외에 마음의 개혁을 요구한다. 종교만이 사회악을 근절시킬 수 있으므로 ‘사랑’이 핵심인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윤리가 재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것은 노동헌장에서 국가가 모든 시민,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물질적인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포괄적인 안을 제시한 점이다.
레오 13세의 회칙 <노동헌장>은 소유권의 자연권적 성격과 사회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과정에서의 복지에 대한 오해 등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가톨릭교회가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특히나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중점을 둔 지침을 세상에 천명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100여 년 전 회칙 <노동헌장 -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이후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들 속에서 특히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복음적인 가르침을 세상을 향해 외치는 예언자의 소명을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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