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초를 밝혀놓고 온 교회가 노래하며 경축하는 주님의 부활은 우리가 그분의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합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자신을 박해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마저도 용서하는 사랑, 자신의 목숨에 집착하기를 그치고 벗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고귀한 사랑이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이루어진 파스카 신비는 교회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 신자 안에서 매순간 새롭게 실현됩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살과 피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되어 몸과 영혼을 살찌우고 구원으로 인도합니다.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사랑과 희생에 참여하며 그분과 하나 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주님과 한몸이 되고 우리 이웃과 화해하여 한몸을 이룹니다.
주님께서 부활로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옛 인간은 소멸하였으며 새로운 삶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습니다(참조: 로마 6,1-14 에페 4,22 콜로 3,9).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이제 주님의 부활을 믿는 모든 이는 사도 바오로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 입니다.”(갈라 2,20)
지금 우리가 올바른 신앙생활을 영위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경제제일주의, 소비지상주의가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같이 하느님 진리를 외면하는 풍토와 시대조류는 우리의 복음 선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생명경시 풍조, 폭력과 살인, 핵무기와 핵발전소, 핵 재앙의 위협, 가난과 부정부패의 만연, 굴욕적인 노동조건 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복음적 상황은 우리에게 주어진 예언자적 소명을 더욱 분명히 깨닫기를 촉구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은 이웃을 섬기고, 봉사하며, 나 자신의 삶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한 소명 또한 이것입니다. 우리가 가난하고 소외되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줄 수 없다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사랑의 하느님을 믿지 않고 외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이 여러분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그분과 깊은 친교를 이루어 참된 희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분과 함께 걸으며 그분과 하나 되는 교구의 희년을 통해 참 기쁨을 발견하고 이웃에게 널리 전해주는 일이 우리의 절박한 과제입니다. 특별히 성체신심을 모든 활동의 중심에 두어 성체성사에 정성껏 참여하고, 성체조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성체 안에서 구원과 위로의 샘물을 맛보는 삶이 되길 빕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새로운 희망과 기쁨이 여러분 안에 흘러넘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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