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맞아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교구 홍보전산실장 한정욱 신부의 도움을 받아 부활 성야 미사를 지상중계한다.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예식, 성찬 전례 등 총 4부의 전례 예식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며, 부활의 참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1. 빛의 예식
부활 성야 미사는 항상 밤에 봉헌된다. 무덤에 묻히셨던 예수께서 주간 첫날 새벽에(요한 20,1-10)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부활 성야 미사의 의미를 단순히 부활 축제 전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날 밤은 부활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부활의 진정한 기념제다.
일 년 중 가장 성대하게 거행되는 미사는 부활초를 점화할 불(빛)을 축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제는 연필로 부활초에 십자가와 십자가 위, 아래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 알파(Α)와 끝 글자 오메가(Ω)를 새기며 기도한다. 십자가 주변에는 그 해의 연도를 새긴다. 이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주어진 한 해가 주님께 속한다는 의미다.
사제는 다섯 개의 향덩어리를 부활초 십자가 위의 다섯 군데 상처(오상)에 꽂으며 기도한다. 향덩어리 머리의 붉은 색은 주님 몸의 오상을 상징한다. 이 예식이 끝난 후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셨고 그 빛은 어둠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부활초에 불을 붙인다.
부활초를 들고 제대 쪽으로 향하며, 사제는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외친다. 이 때 모든 이는 사제를 따라 성당으로 들어가며 갖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인다. 이 행렬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는 말씀과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밤길을 인도했던 불기둥을 연상하게 한다.
제대에 도착하면 사제는 부활초를 제단 중앙이나 독서대 옆에 마련된 촛대에 꽂아 놓고, 예식서와 초에 분향한다. 이어 ‘부활찬송’을 노래한다. 밤과 빛을 대조하며 하느님과 세상의 만남, 승리자로서의 하느님, 암흑의 세상에 파견된 빛이신 그리스도를 묘사한다. 특히 부활찬송은 주님의 부활을 알리는 기쁨의 노래인 동시에 부활 예식의 정점이다.
▲ ① 사제는 연필로 부활초 위에 십자가를 새기며 기도한다.
▲ ② 다섯 개의 향덩어리를 부활초의 십자가 위에 꽂는다. 향덩어리는 주님의 오상을 상징한다.
▲ ③ 축성해 놓은 불로 부활초를 점화한다.
▲ ④ 초를 들고 사제가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외치며 제대로 향하면 신자들은 각자의 초에 불을 붙인다.
▲ ⑤ 사제는 부활초를 촛대에 꽂고 분향한 후 부활찬송을 노래한다.
2. 말씀 전례
부활 성야 미사의 말씀 전례에서는 구약성경에서 일곱, 신약에서 둘(서간과 복음) 등 총 아홉 독서를 봉독한다. 사목적 이유로 구약성경 부분의 독서를 줄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세 개의 독서는 읽어야 하며, 탈출기 14장만은 절대 생략할 수 없다.
이날 독서는 창세기를 시작으로 하느님께서 행하신 인류 구원 역사를 전한다. 제1독서는 하느님의 창조, 제2독서는 신앙의 모범이자 아버지인 아브라함의 이야기, 제3독서는 이집트 탈출과 이스라엘의 해방, 제4독서는 이스라엘의 불충과 하느님의 자비를 이야기한다. 제5독서에는 구원의 샘, 제6독서에는 유배생활에서 지혜의 하느님께 돌아온 사람들이 살게 됨을 전한다. 제7독서는 귀양살이 하던 이스라엘이 깨끗한 물로 씻게 되면 하느님께서 새 마음과 정신을 주시고, 당신 백성으로 삼으신다는 것을 예언자 에제키엘로부터 듣는 내용이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은 세례성사의 참 뜻을 전하며, 죄악으로부터의 해방만이 참 부활임을 당부하고, 복음은 예수의 부활을 다룬다.
사순기간 동안 생략됐던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다시 불리기 시작한다. ‘하느님을 찬미하다’를 뜻하는 알렐루야는 이날 예식에서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의미로도 표현될 수 있다.
▲ ⑥ 부활 성야 미사에서는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를 전하는 아홉 독서를 봉독한다.
3. 세례 예식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는 부활 때 세례 예식을 거행했다. 세례를 통해 성사적으로 부활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례를 받을 예비 신자들이 없더라도 부활 성야 미사에서는 세례수(혹은 성수)를 축성한다. 사제는 세례 예식에 사용되는 세례수에 부활초를 세 번 담가 축성한다. 부활초를 담그는 것은 하늘과 땅이 상징적으로 결합함을 의미하며, ‘3’이라는 숫자는 완전하고 성스러움을 뜻한다.
세례 예식이 끝났거나 세례가 받을 이가 없을 경우, 사제는 신자들을 향해 성수를 뿌려 세례 때 한 신앙의 약속을 새롭게 하는 세례 서약 갱신 예식을 거행한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과 약속을 하고, 구원되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예식이다.
▲ ⑦ 부활초를 세 번 담가 세례수(혹은 성수)를 축성한다.
▲ ⑧ 세례 때의 하느님과 맺은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세례 서약 갱신을 거행한다.
4. 성찬 전례
성찬 전례를 마지막으로 부활 성야 미사가 끝난다.
이날 미사에서 사제는 백색 제의를 입는다. 요한 묵시록에 기록돼 있듯 백색은 하느님께서 입고 계신 옷의 색으로, 영광, 결백, 기쁨을 뜻한다. 사제는 부활 성야 미사에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와 부활한 그리스도의 옷을 상징하는 백색 제의를 입는 것이다.
백색 제의는 부활 시기 외에도 성탄, 주님의 축일(수난에 관한 축일은 제외), 성모 마리아 축일, 천사 및 순교자들을 제외한 성인들 축일에 사용된다.
▲ ⑨ 성찬 전례로 부활 성야 미사가 끝난다.
※도움 주신 분 - 한정욱 신부·정민주(아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