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아동 유기와 낙태 등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주장과 함께 재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프로라이프의사회와 입양가족모임, 주사랑공동체 등 500여 개 생명수호 관련 단체와 개신교회 등으로 구성된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종락 목사)는 3월 29일 한국관광공사에서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하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는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을 공론화하고, 올바른 재개정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공청회에서는 미쁜울 방일권 회장이 ‘개정된 입양법과 기존 입양법 비교’를,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 현황’을, 조원희 변호사가 ‘법조인이 본 입양특례법’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으며, 입양부모가 직접 입양절차의 문제점을 밝히는 시간도 이어졌다.
추진위 상임대표 이종락 목사는 공청회 발표를 통해 “법 때문에 아이들이 버려지고 죽어가면,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존재가치가 없지 않느냐”고 밝히고 “사회나 제도가 아직 미혼모의 자립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법은 이러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 생명운동연합회 이준연 신부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바로 우리 삶 주변에서 입양이 줄어든 것은 물론 영아 유기와 낙태가 급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시급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법이 재개정되기 위해 미혼모들의 목소리가 올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입양특례법 규정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출생아동의 기록을 명확하게 남기고, 입양과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입양 절차에서 아동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고, 입양아동이 법률·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개정 취지였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입양아동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태어나서 1주일간은 친부모가 입양 여부를 숙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양부모도 가정법원에 자격을 갖췄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고 입양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과거 입양 제도는 문제점이 많았다.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기 위한 수단으로 장애아동을 입양하거나, 양부모가 학대, 파양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입양아들이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으려 해도 기록 부족으로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개정안에는 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도 명시돼 있다. 입양인들, 특히 해외 입양인들이 ‘친생부모에 대해 알 권리’를 빼앗긴 부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 입양특례법 문제점
반면 입양 관련 전문가들은 법 개정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개정안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 법은 국내 입양 현실과 미혼모의 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재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문제로 친모 호적에 아동 이름을 올리는 것이 꼽힌다. 이 부분은 생부를 찾기 곤란할 뿐 아니라 미혼모의 장래에 대한 고민, 입양 희망 부모의 심리적 부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법조항이다.
또 법이 개정됨에 따라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져, 입양을 신청했다가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입양을 망설이는 사례들이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공식 입양기관에 맡겨지는 아이는 줄어드는 대신 불법 입양이나 영아 유기가 급증하고 있다.
입양 관련 전문가들은 “아이를 양육할 능력과 경제적 사정이 허락되지 않는 미혼모는 입양 대신 낙태나 불법 입양, 아동 유기를 선택한다”면서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유기아동수는 2010년 69명에서 2012년 139명으로, 베이비박스 내 유기 수는 2010년 4명에서 2012년 79명으로 증가했다.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도 서울 시내에서 발견된 유기 아동은 장애아를 제외하고 2010년 21명에서 2012년 6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입양 아동 수는 크게 줄었다.
■ 엄마와 아기를 함께 보듬는 사회안전망 구축 절실
현재 입양특례법과 관련해서는 아기가 버려지거나 낙태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재개정을 촉구하는 의견과, 친부모에게 양육 기회를 제공하고 입양이 되더라도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입양 관련 전문가들은 낙태와 아동유기 등을 막을 실질적인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기들과 미혼모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입양 대상 아이들이 적절한 가정을 찾도록 돕는 내용이 입양특례법 재개정안에 담겨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이는 비밀 입양을 추진하자는 것이 아니라, 입양특례법의 취지를 살리돼 아동유기를 막고 발 빠른 입양의 길도 트자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부모 한 명과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10년 전에 비해 41% 늘어난 159만 가구로 파악됐으며, 이 중 78%인 124만 가구는 싱글맘 가정이며 싱글맘 중 상당수는 미혼모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혼 임산부나 출산한 미혼모가 입소할 수 있는 복지시설은 전국에 총 33개 뿐이며, 정원도 780명에 머무른다. 미혼모가 함께 머물 수 있는 시설도 전국에 24개소 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보다 책임있는 출산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의식 교육과 사회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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