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입 밖으로 내본 꿈이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이다.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집이라면 다 허물어져 가는 것이라도 원이 없겠다. 경기도 이천 성안드레아신경정신병원 성당, 오늘도 아이들 꿈을 꾸다 눈을 뜬 김상식(미카엘·37)씨는 주체하기 힘든 감정으로 어깨뿐 아니라 온몸을 들썩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머리를 쥐어뜯으며 복받치는 감정을 눌러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오래 전부터 앓고 있는 우울증에다 최근에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까지 겹쳐 감정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용하기만 하던 김씨에게 평생을 십자가처럼 따라다니는 우울증이 찾아온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아버지가 갑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이 감수성 풍부한 그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긴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자살시도는 2년 전까지 40번이 넘게 이어지며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아내와의 결혼, 그리고 두 아이의 출산은 새로운 희망의 전조처럼 생각됐지만,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아내의 가출과 자살은 김씨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치명상을 안겼다. 자신의 아픔을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주기 싫어 이를 악물고 식당일부터 배달, 행상, 아르바이트 등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매달렸지만 아내가 남긴 빚은 번번이 그를 주저앉혔다. 그러다 지난 2005년 첫째 지민(17)양마저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모든 희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했다. 잠시나마 아픔을 잊기 위해 빠져든 술에 알코올중독마저 찾아왔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병원에서조차 치료를 포기한 채 3개월 동안 잠자듯 누워있던 딸이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비록 정신지체1급의 장애를 안게 됐지만 그렇게라도 딸을 돌려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다시 재기의 의지를 불살랐다. 하지만 그의 병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후였다.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사이 자신은 알코올중독자 재활시설로, 지민양은 충남 아산 성모복지원으로, 막내 준혁(14)군은 경기도 동두천 아동복지센터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살던 월세방은 물론이고 세간살이도 다 사라졌다. 가족의 흔적마저 사라진 셈이다. 다시 김씨의 어깨가 들썩인다. “제 아픔을 애들한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하느님의 뜻이었을까, 지난해 우연히 찾아든 한 권의 책은 김씨를 다른 운명으로 이끌고 있다. 책에 소개된 성안드레아병원을 제 발로 찾아와 재기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당장 병원을 나가더라도 의지할 데는 고사하고 자신의 몸 누일 곳조차 없다.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나오는 수급비를 고스란히 저축하며 아이들과의 재회를 꿈꾸지만 방 한 칸 마련할 비용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저는 어찌 돼도 좋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아이들만은….”
아이들을 위해 희망을 놓지 않는 김씨의 외로운 싸움에 함께해주고픈 마음에 저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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