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가득한 성전에서 오늘을 감사하며, 지난날을 기억해 봅니다. 4대째 천주교우 집안에서 자란 저는 어려서부터 성당과 가까이 생활하며, 설날에는 주교님께 세배 다니고, 주일에는 주일학교 친구들과 온종일 보냈습니다.
신부님으로부터 벌 받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자주 들켰던 장난꾸러기였던 소년기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깁니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 ‘천주교라는 큰 선물에 감사드린다’고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고맙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라.”
생전 ‘구부러지지 않으면 부러진다’라는 신념을 주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지금의 저를 봅니다. 40대 중반에 시작한 봉사가 벌써 10년을 지났고, 저는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평협 부회장, 제분과 총무, 가정위원회 회장, 사목회 부회장을 거쳐 총회장직을 권유 받았을 때 두려움보다는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일 년만 쉬고 신부님께서 ‘불러주시면 봉사하겠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어느 위원회에서도 특별히 잘 한 것은 없지만 열심히 봉사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총회장 임기를 마치시는 지인에게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드세요’하고 묻자 그분께서 ‘좀 더 열심히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힘들여 이룩한 성당을 바라보면서 ‘전회장님들 이하 교우들이 봉헌하신 이 성전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본당 일치와 화합을 위해 제가 해야 할일은 과연 무엇인가’, ‘지금 본당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혼자 반문해보곤 합니다. 봉사자가 부족해서, 예산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 또한 봉사직을 쉬고 싶을 때를 생각하며 미소 짓습니다.
마르코 공동체는 배려 깊으신 김기창 주임신부님과 수도자, 사목위원들이 함께 본당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당 교우 부고를 듣게 되면 고인의 기도를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연도에 참석하시는 신부님과 수녀님의 열정에 교우 한 사람으로서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우리가 행해야하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된 모습으로 이어갈 때, 우리 마르코 공동체가 더 아름답고 화목한 공동체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역 복음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