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제정일치의 현실에서 빚어진 세상권력과의 갈등 안에서 순수지상주의를 통해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런 것이 구체적으로 진행돼 온 것이 바로 공의회의 역사적인 토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변화될 수 없는 신앙의 내용을 확인하고, 현대세계의 변화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표현해보고자 시작됐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나타난 무신론과 산업화로 빚어진 인간소외와 비인간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에서도 이뤄졌고, 공의회는 개방화되는 사회의 현실 속에서 교의를 현대에 대응하는 언어로 해석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필요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공의회로 교회는 인간과 세상을 위한 새로운 도로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평신도들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고 과거에 문제가 되던 사제와 평신도들의 간격을 유럽 사회 안에서 좁혀 놓았으며 교회가 직접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좁혀진 간격과 무질서화는 사제성소를 줄게 만들었고, 부르심의 의미를 부분적으로 격하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교회의 개방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사목헌장에서 교회는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세상과 인간의 상황을 향해 열려있어야 함과 세상과 인간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사목헌장은 새로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노력에서 인간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고 세상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은 구체적으로 신학 이외의 다른 학문과의 협력으로 이뤄지며, 깊은 인간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균형 있는 사회의 건설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예언적인 내용으로 교회가 변화되는 인간과 세상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는 사목헌장의 정신대로 구체적인 한국민족과 역사적 배경 하에, 현대의 상황 속에서 내려온 세계를 이해하고 그 폭을 수용해 그리스도교를 뿌리내리는 전통을 만들어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민족문화의 뿌리를 탐구해 나가는 동시에 복음에 나타난 그리스도에 대해 연구해 나가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상생의 교회를 전개하며, 세상을 앞서가는 복지를 구현하는 일은 복음화(본고에서는 우리화라고 표현한다)의 시도다.
교회는 숨 쉬는 인간과 같이 변화돼야 하며, 시대의 징표를 알아가는 선구자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원칙으로 교회는 다른 이를 위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모습을 전개시키고 나아가 사목헌장이 표방하는 원칙으로 타종교와 다른 문화의 우수성을 잘 받아들여 복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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