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오고 싶은 나라에요.”
벨기에 겐트교구장 윤선규 주교(Luc Van Looy·71)의 한국 사랑은 유별나다. 1964년 살레시오회 선교사로 한국 땅에 와서 1984년 떠날 때까지 20년 동안 열정과 애정을 쏟아 부은 곳이기 때문이다.
송도 글로벌대학캠퍼스에서 열리는 벨기에 겐트대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윤 주교를 입국 다음날인 6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만났다. 여전히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모습에서 그의 한국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윤 주교는 9일 예방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의 인연도 공개했다. “서울에서 중·고등부, 대학교 학생회를 담당할 때 당시 성신고등학교(소신학교)에 재직 중이던 염 대주교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죠. 우리는 좋은 친구에요.”
한국에서의 추억도 많다. 외국인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특상을 수상,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한양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선교사로 살아가면서 한국에서 배운 것을 벨기에 교회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던 윤 주교는 현지 교회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 겐트교구는 ‘양성’에 힘을 쓰고 있어요. 신부 수가 400여 명이나 되지만 연령대가 높은 반면 성소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렇다면 10년 후 교회는 어떻게 되겠어요?”
윤 주교가 찾은 해결책은 ‘평신도’였다. 신앙의 해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보내면서 강독회, 강의 등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대상 견진교리에 학부모까지 초대해 가톨릭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주일에 성당 안 나가면 손가락질을 받았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성당에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유럽의 분위기에요. 아이들이 복사를 서면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비난하죠.”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윤 주교는 설명했다. 놀기 위해서가 아닌 기도와 신학을 알고자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
올해로 겐트교구장 착좌 10주년을 맞는 윤 주교는 유럽교회에서는 드물게 청소년 활동에 사목을 접목시켰다. 효과가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다른 교구까지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역시 한국에서 체득한 내용들이다.
“현재 교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선교하며 배운 것들이에요. 지금도 배울 게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더 자주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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