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불견(視之不見). 눈으로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것을 가리켜 이(夷)라 하고.”
7일 오후 9시 수원 화서동성당. 성전 앞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30여 명의 청년이 진지한 눈빛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재는 바로 도덕경. 도덕경의 한자를 풀이하며 그 뜻을 알려주는 모습은 언뜻 서당에서나 볼 법한 인상을 준다. 성당에서 도덕경을 가르치는 모습이 낯설기만하다. 그런데 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수단에 로만칼라를 하고 있다. 다름 아닌 이근덕 주임신부. 이 풍경은 수원교구 화서동본당(주임 이근덕 신부)이 청년을 위해 매월 첫째 주 주일 청년미사를 마치고 진행하는 도덕경 강의 시간이다.
중국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신부는 우리 문화와 비슷해 익숙한 문화인 동양 경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보편적 진리, 즉 성경과 복음의 말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강의를 마련, 올해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 강의를 듣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회마다 독립된 내용을 다뤄 청년들이 강의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비교적 한자를 접할 기회가 없는 청년들은 한자도 익히며 도덕경을 배우고 동시에 신앙을 키워나가니 그야말로 1석2조의 강의라는 평이다. 또한 도덕경의 주된 내용이 ‘정치’, 즉 ‘리더십’에 대한 내용으로 청년들이 도덕경 공부를 통해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주일 늦은 시간 진행되는 강의 임에도 많은 청년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청년뿐 아니라 성인 신자들도 참석하고 있다.
이근덕 신부는 “노자의 도덕경이 설명하는 도(道)는 마치 요한복음의 말씀에 대한 설명과 닮아 있어 도덕경이 말하는 리더십을 잘 들어보면 십자가의 예수님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청년들이 도덕경을 공부하며 인생의 지혜를 쌓으며 삶의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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