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지만 다른, 다르지만 닮은 두 성인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성녀 잔다르크와 성녀 모니카의 이야기다. 잔다르크(요안나 아르크)는 조국 프랑스를 구하려는 처녀 병사로, 모니카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로 살며 둘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산 듯한 이들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하느님’이다.
■ 잔다르크와 모니카
백년 전쟁 말기, 프랑스의 대부분이 영국군에게 정복당했을 당시,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나선 잔다르크의 사명은 하늘로부터 계시된 것이었다. 1425년, 13살의 나이로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잔은 전쟁을 지휘해 절망적인 프랑스를 구하지만, 콩피에뉴에서 포로가 돼 영국군에게 넘겨져 종교재판을 받고 이단자로 몰려 화형을 당한다.
DVD ‘잔다르크’(감독 자크 리베트, 336분, 베네딕도미디어)는 주인공인 처녀 잔을 성인으로 묘사하기에 앞서 하나의 인간으로 표현한다. 잔다르크는 당시의 여성관에 부합되지 않은 여성이었음과 동시에 상식적인 성인의 특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잔다르크에 비해 성녀 모니카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의 욕망을 좇고 이교도(마니교)의 삶을 살던 아들 아우구스티누스. 그를 끊임없이 타이르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증거하는 것은 어머니 모니카의 몫이다.
DVD ‘성 아우구스티누스’(감독 크리스찬 두가이, 199분, 베네딕도미디어)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주인공으로 삼지만, 주인공의 분량과 대등할만큼 어머니 모니카를 계속해서 등장시킨다. ‘고백론’ 등을 쓴 대사제 아우구스티누스가 존재하기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그만큼 주요했다는 증거다.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남편과 로마황제의 연사로 출세했지만 하느님을 비난하는 아들 아우구스티누스(AD 354~480). 하지만 모니카는 끝없는 인내와 기도로 그들을 설득한다. 후에 ‘어머니의 말씀이 주님의 말씀임을 몰랐다’고 쓸쓸히 고백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독백은 어머니의 믿음이 온 가족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보여준다.
■ 하느님을 증거하는 믿음의 여인들
두 여인들은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했다. 잔에게 있어 신앙과 애국심은 하나였고, 모니카 또한 신앙과 모성애를 분리할 수 없었다. 저마다 주어진 과제는 달랐지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들은 앞에 놓인 쓰디쓴 인생의 잔을 마셔야 했다.
더불어 하느님은 두 여인들을 통해 행동했다. 프랑스의 구원자 잔이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고 욕된 취급을 당했을 때도, 모니카가 남편과 아들에게 멸시를 당했을 때도 하느님은 두 여인의 옆에 있었다. 인생의 어려운 고통을 묵묵히 견디어나간 이들의 모습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걷는 예수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중 바닷가를 보고 나란히 선 모자(母子) 모니카와 아우구스티누스의 대화는 잔다르크가 살다간 짧은 생애의 중심을 꿰뚫는다.
“우리의 생명은 조개껍질 같아서 부서지지만 우리 마음 안에는 부서지지 않는 무한한 것이 있다. 우린 이미 영생을 살고 있단다.”
※문의 054-970-2465, www.benedictmedia.co.kr 베네딕도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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