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두 기자가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생명을 살리고 창조질서를 보존할 수 있다는 거창한 사명감 하나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흙을 만지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생명을 손끝으로 느끼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소년문화사목부와 여성환경연대가 운영하는 ‘홍대 텃밭다리’에서 경험하는 도시농부의 소소한 일상을 매월 한 차례씩 연재한다.
작은 식물 하나도 제대로 키워 본 적도 없으면서 농사를 시작했다. 경험은 없지만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근거도 없이 샘솟았다. 게다가 ‘도심에서 짓는 농사라니, 이보다 더 로맨틱하고 멋져 보이는 일이 또 있을까?’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한 후배 이승훈 기자와도 이런 저런 논의를 해 봤지만, 문외한들의 대화는 즐거운 환상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쁜 상상도 잠시뿐이었다. 홍대 텃밭다리 시농제가 점차 다가오자 자신감은 점차 사라졌다.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고, 괜히 일을 만들어서 고생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당장 홍대 텃밭다리가 있는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로 달려갔다. 지난달 설명회를 시작으로 몇 차례의 농부학교에 참여한 서울 청소년국 청소년문화사목부 신지연(리타)씨를 만나 대략적인 설명을 듣자 조금은 실감이 났다. 이제 진짜 농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었다.
지난 13일,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홍대 텃밭다리 시농제가 열렸다. 도심에서 농사를 짓고자하는 도시농부 60여 명과 지인들이 모였다. 멘토팀의 설명에 이어 본격적으로 앞으로 생명의 신비와 감동을 선사해줄 작은 텃밭을 만났다. 완전 새로운 세상이었다. 기자와 후배 이승훈 기자는 청소년문화사목부가 함께하는 ‘순진’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농사라고는 전혀 모르는 기자들 앞에 다행히 3년 전부터 텃밭농사 경험을 쌓아온 그린디자이너 이영연(마르셀라)씨가 나타났다. 소매를 걷어 붙이고 능숙한 솜씨로 스티로폼에 흙을 담고 토종 상추를 심었다. 또 포트라 불리는 작은 화분(?)에 각각 루꼴라와 쑥갓, 청경채 씨앗을 뿌렸다. 궁금증이 생겼다. ‘상추는 텃밭에 바로 심고, 다른 채소들은 포트에 심는 걸까?’ 숙달된 조교 이영연씨에게 물으니 금세 답이 나왔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바로 텃밭에 심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래서 모종을 만들어서 심으려고 하는 거예요.”
기자도 어설프게나마 씨앗을 포트에 담았다. 작은 씨앗이 나중에 식탁 위에서 보는 채소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채소별로 이름을 적고 나니 시농제 일과가 끝났다. 거센 바람과 흐린 하늘을 보니 텃밭의 작은 씨앗과 상추들이 괜찮을지 걱정됐다. 벌써 농부의 마음이 싹을 트는가보다.
※도움 주신 단체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소년문화사목부,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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