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영국 CNS】제3세계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은 사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더욱 분명해진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근 전 세계 가톨릭 인구 분포는 더 이상 유럽 대륙이 보편교회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통계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오랫동안 자신을 가톨릭의 전통적인 수호자로 여겼던 유럽 대륙의 교회들은 이제 자신들의 역할을 다른 대륙의 교회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사목신학 교수이자 저명한 사회과학자인 예수회 폴 줄레너 신부는 “비록 교황, 로마의 주교가 교회의 머리라고 해도, 이제 교회의 중심은 더 이상 유럽이 아니다”라며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존재는 새롭게 떠오르는 교회의 시대적 상황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2013년 교황청 통계연감에 의하면, 유럽 지역교회의 상대적인 영향력 감소는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가톨릭 신자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6%가량을 차지한다. 그 비중은 사실 1세기 전과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톨릭 인구가 분포된 지역의 상황은 매우 달라졌다. 1910년에는 가톨릭 인구의 3분의 2가 유럽에 거주했던 반면, 오늘날에는 4분의 1이 채 안 된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였던 네덜란드보다 오히려 필리핀 마닐라의 신자 수가 더 많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1910년에는 브라질보다 신자 수가 더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1억260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한 브라질은 프랑스나 스페인에 비해 세 배나 많은 가톨릭 인구를 갖고 있다. 멕시코의 가톨릭 신자 수는 9600만 명으로 프랑스의 2.5배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유럽대륙의 가톨릭 신자는 1970년대 이래 38.5%에서 23.7%로 줄었다.
영국의 가톨릭 주간신문인 ‘타블렛’의 전 편집자였던 존 윌킨스는 이러한 인구학적 변동은 특히, 지금처럼 성직자들의 성추문이 교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윌킨스는 “유럽이 자신을 교회의 전통적인 중심이라고 여기는 시각은,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신앙의 쇠퇴 현상과 관련해 이제 변화되어야 할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톨릭 인구 재배치에 그치지 않는다. 사제 성소와 미사 참례율은 유럽 전역에 걸쳐서 추락하고 있지만,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에서는 유럽의 성소자와 사제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를 공급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와 구 소련 지역에서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신학의 본산으로서 역할을 잃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다양한 인종의 거주자가 늘어나 이것이 가톨릭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는 전 세계 가톨릭 인구의 4분의 1 가량에서 이제는 39%를 차지하며,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1910년만 해도 불과 전 세계 신자 중에서 1%에 그쳤지만 이제 16%를 차지한다. 아시아에서 신자 수는 1400만 명에서 1세기가 지난 지금 1억3100만 명으로 열 배가 넘게 늘어났다.
줄레너 신부는 이러한 현상을 시의적절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가톨릭 인구가 라틴 아메리카 인구의 유입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유럽교회 역시 개발도상국에서의 인구 유입에 의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줄레너 신부는 “우리는 지금 세속화보다는 다원화 현상을 더 절실하게 목격하고 있다”며 “온갖 신앙을 가진, 나아가 신앙이 있지도 않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고 일한다”고 말했다.
윌킨스는 이러한 관점에 동감을 표시하고, 다원화된 세상 안에서 이제 유럽교회 역시 오래되고 정형화된 그리스도교에 대한 관점을 일신하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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