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굉장히 아름다운 축복이에요. 좋은 것은 나누고 함께해야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단순히 돈이나 명예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봐요.”
30년 넘게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 온 목포대학교 이건실(아우구스티노·66·광주대교구 목포 용당동본당) 명예교수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자료와 재능을 기부해 카리타스 새암스토리를 만들었다. 전남 목포시 산정동 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위치한 카리타스 새암스토리는 다문화, 북한이탈주민, 수급권 아동 및 성인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알려주고, 재능을 키워줄 희망의 장소이다.
“지금 피아노를 4대, 어른들을 위한 전자 오르간 1대를 준비했고 앞으로 피아노를 한 대 더 들여올 예정이에요. 거리가 먼 학생들은 근처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 여기 와서 저에게 수업을 받게끔 하려고요. 열다섯 곳의 학원 선생님들이 함께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27일 개소 예정임에도 이미 열다섯 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신청을 마쳤고, 북한이탈주민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목포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민석 신부)은 개소식에서 카리타스 새암스토리와 함께하는 15곳의 학원에 재능기부를 하는 학원임을 인증하는 증서를 수여할 계획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대로 된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섭렵하고 모았어요. 집채만 한 음향기기와 1m에 몇 백만 원하는 선까지 모두 기부합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슈나벨이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도 있어요. 아주 특별한 자료죠.”
축음기부터 만여 장 이상 되는 LP, DVD, CD와 악보, 서적 등 4~5억 원 정도 되는 자료들이 광주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카리타스 새암스토리 등으로 기부됐다. 이씨는 자료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는 목포 카리타스 새암스토리에서, 화요일 오후 7시에는 광주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스토리가 있는 고전 및 종교음악 감상’을 무료로 진행한다.
“어머니께서 저에게 교육자의 삶이랄까? 참 좋은 걸 심어주셨어요. 어머니 앞에 떳떳하게 살려고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눈시울이 붉어진다. 제자들이 음악회를 하고 감사의 꽃다발을 주면 항상 하나는 성모상 앞에 하나는 어머니 묘역에 놓는다.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로 마음이 울적하고 아팠는데 젊은 수녀님이 성모상을 가리키며 말하더군요. ‘여기 어머니 계시잖아요.’ 그 말이 가슴에 팍 와 닿았지. 그 뒤로는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
이씨는 “음악을 전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고, 남들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며 “‘음악을 통한 헌신’이 하느님이 이 땅에 요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보시니 좋았다’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을 해야죠. 성실하게 살다보면 무섭거나 외롭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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