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부! 고향이 안성이지? 안성 대천동본당으로 가게 됐네!” 103위 시성식 준비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들르셨던 김남수 주교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안성 읍내 본당(구포동본당 한 곳만 있었음) 주일학교를 다녔던 꼬마가 신부가 되어, 신설된 대천동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후 한동안 거북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묻지도 않은 기저귀 차고 다니던 30년 전 옛 이야기를 꺼내시며 어머니 친구라고 반갑게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 8남매 중 다섯 번째 아들이니 아버님 말씀을 하시는 분들, 누나 수녀님과 형님들, 동생들 이름까지 부르며 인사하러 왔다는 교우들. 한동안 옛날이야기를 추억하며 정신없이 지내야 했다.
부임한 후 두 달쯤 되었을까. 교구청에 다녀가라는 주교님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찾아뵈었다. “이 신부! 고향에 가서 힘든 일도 있겠지만 보람된 일도 많겠지”하시며 왠지 모르게 겉도는 말씀만 하시더니 무겁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 신부를 고향으로 보낸 이유는 교구에 아직 공원묘원이 없어서 선종하신 교우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네. 고향이니 선배와 후배도 많고 지인과 은인들이 많을 터이니 공원묘원 허가 추진 문제들을 조용히 준비하도록….”
30년이 지난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지만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 특히 군청과 읍사무소, 경찰서와 관계기관 곳곳에서 내 일처럼 준비해주시고 도와주신 선배님과 후배들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본당신부로 부임한 처지이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성당을 비우고 공원묘원 추진 문제에 골몰하다시피 해 인간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부족한 본당신부를 이해해주고 도와주신 대천동본당 모든 교우들께 거듭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여라. 주님께서 힘을 주시리라”(잠언 24,24)하시며 격려와 용기를 주시던 고(故) 김남수 주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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