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아녜스·인천 주안3동본당)씨는 가족들과 주일미사 드리러 성당에 가는 데 2시간이 걸린다. 집이 멀어서가 아니다. 암 말기로 고생하고 있는 친오빠와 가족들이 성당까지 동행하는 일이 ‘대행사’이기 때문이다. 오빠에게 신발 신기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이은숙씨는 “주일미사의 기쁨과 은총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주일을 꼭 지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고도로 산업화, 경쟁사회화 되면서 신앙인들에게도 상대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경향이 강화, 만연되고 있어 주일을 거룩히 지내야 한다는 종교적 명제가 갖는 힘은 약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열렸던 인천가톨릭대와 로마 라테란대와의 국제 학술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인천교구 총대리 정신철 주교는 “상대주의에 의하면 전통적인 진리 개념,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도 기존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는 개별자에 의해 규정된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정준교(스테파노·서남대 전 대학원장) 위원은 개별 심층조사 ‘2040세대가 처한 현실과 교회를 향한 그들의 요구사항’(「사목정보」 2013년 3월호)에서 “2040세대의 현실적 문제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생활의 경제적 기대수준에 따른 돈에 대한 부담”이라고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현상을 분석했다.
30대 직장인 손보배(미카엘)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합격하면 성당에 나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취업에 성공하고 나니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과 지인이 없는 낯선 성당 환경이 마음에 걸려 주일미사 참례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TV를 봐야 해서, 프로야구나 축구 경기장에 가야 해서, 주중 5일 동안 힘들게 일했으니 주말 이틀은 쉬거나 친구를 만나야 해서 등 갖가지 이유로 주일미사에 빠지는 신자가 주일을 지키는 신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매해 소폭이나마 전체 신자 수가 증가해 왔다. 그러나 주교회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1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매주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123만114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신자의 1/4도 안 되는 23.2%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같은 주교회의 2000년 통계에서 주일미사 참례율이 29%로 나온 이래 지난 10년간의 추세를 보면 총 신자 대비 주일미사 참례율이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그린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성장을 거듭해 왔던 한국교회가 난관에 부딪혀 주춤하는 모습이다.
가톨릭대학교 윤종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는 신자들이 주일을 대하는 현 상황에 대해 “교회나 신자 어느 쪽을 탓할 수도 없고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며 “주일미사는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정체성과 신원의식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영적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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