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황인숙(마리아·48)씨는 자신의 양팔에 남은 선명한 주사바늘 자국마저도 볼 수 없다. 고통마저 무감각해진 채 만성 신부전증으로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온 흔적을 짐작만 할뿐이다. 무려 13년이었다. 발병 이후 일주일에 몇 번이고 투석을 받아야 했다. 걷기조차 힘들어진 그에게 희망이 사라진 듯 보였다.
“처음에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주님께서 주관하시는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
새벽미사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던 그의 기도가 통했을까? 올 1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식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귀한 선물을 받은 기쁨은 쉽게 느낄 수가 없었다. 여섯 시간이 넘는 대수술 중 혈압이 40까지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고, 수술 후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 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거부반응과 감염으로 인한 고열이 찾아왔고, 회복은 더뎠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라서 외부활동은 물론 성당도 가지 못한다.
“병원에서도 아직 확실한 이야기를 못하더라고요. 빨리 건강해져야 하는데,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될지도 모르니….”
건강에 대한 황씨의 마음은 간절했다.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을 어머니 김영숙(안나·81)씨 때문이다. 다른 가족과는 오래 전부터 왕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앞 못 보는 그가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다. 서로를 의지하며, 보살폈던 모녀는 현재 떨어져 살고 있다. 이식 수술 직후 회복이 시급한 황씨가 어머니까지 돌볼 수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고 있지만 황씨 자신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할 수 없다.
“소변 양을 매일 체크해야 하고, 이뇨제도 먹어야 해요. 합병증으로 당뇨가 와서 인슐린 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곁에 가족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밖에 안 계시고 저는 앞을 볼 수 없으니 어쩌겠어요.”
결국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인복 많은 그는 좋은 간병인을 만났지만 하루하루 늘어나는 한숨은 어쩔 수 없다. 이식수술과 그간의 치료비는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식 후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1년 동안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비 33만 원과 장애수당 16만 원으로 생활하는 그로서는 한 번에 20~30만 원이 들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나마 황씨에게 힘이 되는 것은 사람들의 사랑이다. 생활성가 가수로도 활동하며 환자와 재소자들 앞에서 희망을 노래한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돌아갈 곳이 있는 그는 이를 물고 버티고 있다.
“빠른 시일에 건강해져서 환자와 재소자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죽는 날까지 주님을 찬미할 거예요. 제가 그분들의 작은 불씨가 되기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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