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다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1988년 인도에서 종신서원을 한 후 이듬해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25년이나 살다 보니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어를 잘 한다. 에밀다 수녀는 한국에서 정선, 영광, 광명 등을 돌며 주로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를 위해 일해 왔고 부천 역곡에 있는 ‘국경 없는 친구들’에서도 최근까지 봉사했다.
에밀다 수녀 자신도 이주민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이주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잘 알기에 사반세기를 그들을 위해 살아 온 것이고 지난해 말에는 인천 석남동에 ‘무지개 이주민 상담소’를 개소했다.
지난 19일 무지개 이주민 상담소 내 나눔방에 들어가자 성모상 밑 탁자에 베트남, 필리핀, 영어, 한글 성경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눔방은 이주민들의 상담실 겸 공부방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에밀다 수녀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일본어 성경도 구하고 있는데 송료가 비싸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밀다 수녀는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한국교회가 이주민들에게 많은 배려와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매해 두 차례 국내 이주사목 전국실무자연수가 열리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교구 일선 본당에서 언어의 한계와 인력의 부족으로 본당 관할 내 이주민들이 한국인 신자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미사를 봉헌하는 등 신앙생활을 하는 데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에밀다 수녀는 국내 이주민들은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기기 때문에 “이주민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먼저 주고 인간적 신뢰가 쌓이면 선교를 해야지 처음부터 신앙을 얘기하면 거부감을 갖기 쉽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에서 온 천주교 신자들의 경우 한국교회와 같이 교적이나 판공성사가 없어 냉담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아 주일을 꼭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부담만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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