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부 보람된 일 좀 해 보게….”
눈 깜빡할 사이 고향본당에서의 5년이란 세월이 끝나갈 무렵, 故(고) 김남수 주교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1984년 당시 한국에서 최대 수용 인원 3천여 명이라고 알려진 안양교도소 인근 호계동본당으로 가라는 말씀이셨다. 신부가 된지 10년 밖에 안됐는데 본당 교우 수보다 훨씬 많은 교도소(직원 약 500여 명, 수인 약 3,000여 명)를 맡으라는 말씀이셨다.
부임 다음날 짐 정리를 하는 가운데 교도소 후원회 간부들이 찾아와 건네준 미사시간 일정표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미사가 있는데 오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총 3시간이라는 것.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분 동안 미사 준비, 30분 동안 성가 연습, 미사시간과 강론은 최소 한 시간, 영성체 후 묵상 30분, 성경과 교리 공부 30분이다. 4시30분에 끝나야 5시 저녁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수인들이 적어도 3시간 동안은 교도관과 선배 수인들에게서 들볶이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니 뒤늦게 이해가 됐다.
매번 갈 때마다 악단(브라스 밴드) 약 40여 명까지 강당(1200명 수용)에 최소한 10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천주교 시간은 타종교 시간보다 제일 긴 3시간이라 제일 많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군 생활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미사 후에 있는 매번 나눔(간식) 시간 때 천주교 인심이 제일 후했다. 믿음 보다는 정(사랑)이 중요하다나? 늘 여유 있게 나눔 간식을 준비해 주시던 본당 교우님들과 후원회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교도소에서 성탄과 연말 축제를 하는 2시간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지 착각할 정도로 그야말로 감동(감흥)의 시간이었다. 1000여 명을 웃기고 울리는 2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가버렸다. 매년 아쉬움이 남았고, 기다려질 정도였다.
좋은 탈렌트를 밝은 사회에 있을 때 더 좋은 일에 썼더라면 하고 안타까웠다. 종파를 떠나 더 많은 뜻있는 분들의 애정과 관심이 사랑의 말 보다는 나눔의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앳된 사제로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 그리고 김 주교님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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