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도 우리의 신앙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의미와 가치를 찾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까지 키워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방송, 신문, 인터넷 등에 나오는 정보를 판단하고 평가해 그것을 이용하는 능력) 전문가 김용은 수녀(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는 “책을 읽기 위해 멈춰서 몰입하고 나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움직여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는 과정은, 영성생활을 이어가는 훈련으로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어떤 책을 읽느냐는 일상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품성과 인격을 갖추어 가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간다. 여가와 일의 경계도 모호하다. 때문에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 말초적인 즐거움에 익숙해져,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느린 것, 잠시 머무는 것, 영적인 것으로 침잠하는 것을 힘겨워 한다. 당연히 책도 멀리하게 된다.
김 수녀는 “현실이 이렇다보니 현대인들에겐 멈춰서 기도하는 것도 하나의 이벤트가 되기 십상이고, 예를 들어 신부님께서 3분마다 웃겨주지 않으면 미사 강론에 몰입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미’와 ‘가치’ 보다는 ‘재미’와 ‘효율성’ 등을 추구하는 흐름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하이퍼텍스트 정보를 산발적으로 찾아가는 것에 적응해 감으로써 사색하고 묵상하는 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성찰 기능도 지속적으로 퇴화된다.
“현대인들의 ‘읽기’는 성찰과 사유가 없는 재미 중심의 일종의 ‘훑어보기’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나를 알고 세상을 읽어내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향해 가는 길이 점점 막히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김 수녀는 “올바르고 지속적인 책 읽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신앙생활에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글자그대로 텍스트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세상을 제대로 읽고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영성·기도 생활은 하느님의 현존을 찾는 것으로써, 책 읽기처럼 몰입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영성적 책 읽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여정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이끌어줄 전문가와 연구활동 등도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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