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 소년의 집 출신 박명훈(안드레아ㆍ19)씨가 최근 미국 명문 음악대학 두 곳에 동시에 합격했다. 무작정 미국행을 선택한 지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합격 통지 받고 처음엔 멍했어요. 붙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6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던 박씨였지만, 이번 결과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배워온 바이올린 대신 비올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흘린 눈물은 말로 다 못할 정도다.
“하루 종일 영어 공부와 비올라 연습만 했어요. 영어 공부가 얼마나 힘들던지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려움 중에도 그가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멘토 김규(24)씨 덕분이었다. 박씨는 2011년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에서 음악레슨 봉사를 하러 온 김씨와 인연을 맺었다.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NEC)대학에서 비올라를 전공한 김씨는 박씨의 재능을 알아보고 미국행을 제안했다. 당시 대기업 취업이 확정됐던 박씨는 반년 간의 고민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를 악 물고 연습했다. 박씨는 세 곳의 음악대학에서 시험을 치른 끝에 NEC와 보스턴 음악대학에 합격했고, 최종적으로 김씨와 동문이 되기로 결정했다.
박씨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또 있다. 엄마 같은 존재인 소년의 집 수녀들이다. “모든 것이 우리 집에서 시작된 거예요. 제가 기억도 안 나는 시절부터 악기를 시작하게 해주시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수녀님들께 감사해요.”
중학교 시절부터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던 박씨는 졸업 후 미국 현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소년의 집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느꼈던 희열과 2009년 미국 카네기홀 초청 공연에서 맛본 진한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가로서 명성을 높이는 무대보다는 자선음악회에 자주 오르고 싶다는 박씨가 꿈을 이루기까지 현실은 녹녹치 않다. 대학에서 장학금 일부를 지원받지만 나머지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박씨의 소식을 들은 선배들이 성금을 모으고 있으나 더 많은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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