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좋아하는 남성 신자들이 뭉쳤다. 바로 남성 신자 중심의 독서클럽 ‘어린양의 만찬’(회장 김정태, 지도 박정배 신부)이다. 주님의 식탁에 마음의 양식인 ‘책’을 차리고 함께 나누는 모임이다.
남성 신자들의 친목모임은 취미활동이나 술자리에 국한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 ‘어린양의 만찬’은 직업도 다르고 연령(50~60대 중반)도 다르지만 매월 1회 1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 발표와 함께 신앙생활의 기쁨을 나누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먼 거리에서도 한걸음에 달려온다. 첫 책인 ‘어린양의 만찬’을 따 모임의 이름을 붙였다. 12명의 구성원과 예수님이라는 의미도 숨어있다.
회장 김정태(레이몬드·수원교구 범계본당)씨는 모임의 취지를 “남성 신자들끼리 만나 술을 마시고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신앙 성숙을 위한 독서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영성을 함양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공감한 것”이라고 밝힌 뒤 “신앙생활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 독서 클럽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8일, ‘어린양의 만찬’ 구성원들은 안셀름 그륀 신부의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를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어린양의 만찬’에 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특별(?) 구성원 박현숙(스텔라ㆍ인천교구 역곡본당)씨도 참석했다. 독후감 발표를 맡은 간사 오송현씨(레미지오·수원교구 인덕원본당)는 책의 목차별로 나눠 안셀름 그륀 신부의 영성을 탐구했다.
오씨는 “회장님의 권유로 얼떨결에 시작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습관이 몸에 베어드는 것 같아 보람 있다”며 “어렵고 딱딱한 책들도 많이 접하게 되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도서 선정은 영성의 깊이를 닮아가며,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를 찾아 나가는데 있다. 김종두(스테파노·인덕원본당)씨는 “요즘은 복잡한 시대상과 더불어 ‘힐링’에 대한 욕구가 크다”며 “책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스로의 신앙생활에서도 힘들었던 점을 극복,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린양의 만찬’이 모인지도 1년이 넘었다. 지난 1월 27일에는 창단 1주년을 맞아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의 저자 이인옥(체칠리아·수원가톨릭대학교 성경연구실장)씨를 초청해 저자와의 만남을 열기도 했다.
회장 김씨는 “처음 모였을 때부터 첫 원칙을 지켜나가고자 노력해온 점이 1년 이상 15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힘이 됐다”며 “독후감 발표자 역시 여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베끼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 안에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린양의 만찬’은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며 남성 신자들 사이에서 독서 운동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에게는 책을 나누면서 얻어지는 친목 또한 생활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에 ‘어린양의 만찬’은 연 1회 피정을 열고, 연 1회 야외 행사를 마련하는 등 결속력을 다지는 자체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 4월 28일 ‘어린양의 만찬’ 구성원들은 안셀름 그륀 신부의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를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도서관 운영하는 서울 반포4동본당
도서관이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네에서 ‘작은 도서관’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북카페 콘셉트 매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 문화는 교회 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당 내 북카페나 도서관을 마련해 신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본당이 늘어나고 있다.
2011년 11월 도서관을 마련한 서울 반포4동본당(주임 박동균 신부)도 이 중 하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떡하나’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신자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 처음의 걱정을 잊은 지 오래다.
성당 지하 1층 복도 한쪽 벽면을 활용한 도서관에는 3500권이 넘는 책들이 소장돼 있다. 가톨릭 양서를 비롯 어린이 도서, 일반도서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대부분 신자들이 기증한 책이지만 도서관운영위원들이 매월 신간을 구입해 도서관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신자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이 교리실과 카페 ‘사랑방’을 지나가는 복도에 위치하고 있어, 신자들은 항상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 더불어 대출과 반납도 신자 자율에 맡겨 부담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본당은 서고 바로 앞에 나무 의자와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공간도 새롭게 만들어 신자들이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본당의 도서관 운영 배경에는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데 있었다. 실제로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젊은 신자들이 성당을 찾고, 머물기 시작했다. 특히 남성 신자의 비율이 확연히 증가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만해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송재용(바오로)씨는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으니까 시간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고, 다양한 책 특히 가톨릭 양서를 가까이 접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긍정적 효과는 본당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신자들은 성경 관련 자료와 도서, 유명 인사들의 가톨릭 양서를 구입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박동균 주임신부가 강의하는 ‘요한묵시록’과 관련한 도서 신청도 많아 도서관이 본당 사목과 연계돼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당은 최근 3D 텔레비전을 구비한 시청각자료실을 갖춰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또한 지난달 29일 서고를 늘려 더 많은 책들을 신자들 앞에 내놓았다.
박동균 주임신부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성당에 오던 신자들도 도서관이 생기고 난 후 조금씩 성당에 머물며 변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독서클럽, 영화동호회 등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 속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 자녀와 함께 책을 빌리고 있는 아버지. 도서관이 생긴 후 성당을 찾는 남성 신자들이 늘고 있다.
마장동본당 이관홍씨
“신심서적 안에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관홍(루시아·57·서울 마장동본당)씨에게 신심서적은 삶과 신앙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 2시간 정도를 반드시 독서 시간으로 정해두고 적어도 한 달에 3권 정도의 신심서적을 꾸준히 읽는다고 했다. 2년 전부터는 바오로딸 출판사(사장 이순규 수녀)에서 진행하는 독서포럼 ‘행복한 책 읽기’ 모임에도 참가하고 있다. 또 2012년에 ‘도서사목’을 시작한 본당에서는 팀장을 역임하며 신심서적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신심서적을 즐겨 읽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의 삶과 신앙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욕심을 버리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힘든 순간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책을 통해 배웠어요. 또 신심서적에는 성경의 내용이 조금씩 녹아있습니다. 저는 본문 중에 ‘복음서 참조’라고 쓰여 있으면 성경의 해당 구절을 꼭 찾아봐요. 신심서적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말씀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거죠.”
지금은 신심서적 독서광인 이씨지만 처음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어려운 내용에서는 종종 막히기도 했고, 잡념도 방해 요소 중 하나였다.
“신심서적을 읽는 과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이끄심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깨우침을 주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재미없어도 일단 끝까지 읽으려고 애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절감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는 책 읽을 시간을 삶 안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들 독서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도전해보고자 하는 욕심은 부족한 것 같아요. 현대인들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시청 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단 책을 펴고 맛 들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해요. 책을 읽고 신앙생활과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는 가톨릭신문사에서 시작하는 ‘가톨릭 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독서 운동은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 특히 신심서적은 신앙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보물과도 같죠. 많은 사람에게 이번 운동이 신앙과 삶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이관홍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