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우리 신앙의 근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5세기 초 교황 인노첸시오 1세는 “우리가 주일을 거행하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된 부활 때문”이라며 “부활 주일만이 아니라 돌아오는 주일마다 부활을 경축한다”고 증언했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방법은 미사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가톨릭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방안’을 모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는 폐막메시지를 통해 “신앙의 아름다움은 거룩한 전례 행위 안에서, 무엇보다 주일의 성찬례에서 특별히 빛나야 한다”며 “바로 전례거행을 통해 교회는 자신이 하느님의 작품임을 드러내고 복음의 의미를 말과 몸짓으로 눈앞에 보여준다”고 고백했다.
주일미사는 은총의 샘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전례헌장 10항에서 “마치 샘에서처럼 은총이 우리에게 흘러들고, 또한 교회의 다른 모든 활동이 그 목적으로 추구하는 인간 성화와 하느님 찬양이 가장 커다란 효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미사를 설명한다. 모든 교회 구성원이 미사를 통해 성사성을 드러내고 일치의 친교를 나누는 주일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며 그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주일의 중요성으로 강조되는 ‘의무’가 오히려 주일의 은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래사목연구소장 차동엽 신부는 “모더니즘 세대로 일컬어지는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의무’란 익숙하고 참여열정을 일으키는 말이었지만 그 이후 세대,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세대는 오히려 ‘의무’에 반감을 표하게 됐다”며 “미사를 ‘의무’가 아닌 은총의 관점으로 보고 자신에게 오는 의미와 효과를 정확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목자들은 주일을 단순히 ‘의무’로만 여기지 않고 은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비신자 교리만으로는 미사의 의미를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을 통한 꾸준한 신앙성숙이 미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는 “신자들이 주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의무로만 여기면서 불필요한 부담감과 죄의식에 빠지는 일이 많다”면서 “미사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배우고 성실한 미사 준비와 능동적인 참여로 진정한 자유를 주는 미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들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낼 수 있도록 사목자를 비롯한 교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사 전례의 집전자가 사제인 만큼 사제의 노력이 신자들의 미사 참례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손희송 신부는 “사목자들은 복음과 신자들의 삶을 잘 연결시키는 강론을 충실히 준비해 신자들이 미사에서 영적인 힘을 얻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시기와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전례를 활용, 신자들에게 전례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교회 역사 속에 발달해온 다양한 전례와 현대화된 부분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미사를 더 깊이 체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윤종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는 “미사는 마치 밥과 같아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반찬은 바뀌어줘야 한다”면서 “다양한 양식의 미사뿐 아니라 강론·성가 등의 요소를 대상에 맞게 변화시켜 활용하면 신자들이 미사에 더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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