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시대에 다시 오신다면 바로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4월 29일 오후 2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지난 4월 4일 철거된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향소 자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주교는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했다.
이 주교는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 땅에서 고통 받고 아파하는 이들의 편에 교회가 서고, 더 많은 이들이 이 길에 동참해 이러한 아픔이 없도록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향소 방문을 마친 이 주교는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과 함께 ‘쌍용차 사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까지 행진했다.
이어 정평위는 오후 3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성당에서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인간의 고귀한 가치가 존중 받는 세상을 촉구했다.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묵시 21, 3)를 주제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전국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90여 명의 사제와 170여 명의 수도자, 평신도 등 500여 명이 함께해 하느님께서 당신의 놀라운 위업을 보여주시길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이 주교는 미사 중 강론을 통해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가난과 고통, 인간 역사의 모든 애환이 바로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과 선의의 사람들은 이를 지나칠 수 없으며, 주님께 부르짖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신앙고백이 더 없이 절절해지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곧 우리 시대의 주인공, 백성이 아파하고 절망하는 곳”이라고 역설했다.
이 주교는 또 “신성불가침한 생명을 위기에 부치고 포기하는 민중의 아픔을 못 본 체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명하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와 규범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예수님과 함께 동행한다는 것은 이 혼돈과 무질서 시대의 아픔을 조건없이 포용하면서, 특히 고통 받는 이웃형제의 곁을 지키며 살라는 주님 계명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정평위는 또 이날 미사에서 노동절(5월 1일) 메시지를 발표해 쌍용차 사태를 비롯한 노동문제 해결을 각계에 촉구했다.
이용훈 주교는 이 메시지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정리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망적 상황에서 소중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으며, 부당해고와 불법파견으로 판명된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되는 ‘일상화된 노동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회의 정평위 위원장 이용훈 주교, 대한문 ‘쌍용차 노동자 분향소’ 방문
“이땅에 고통 받는 이들 편에는 ‘교회’가 있다”
발행일2013-05-05 [제2844호, 7면]
▲ 4월4일 강제 철거된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자 노동자 분향소 자리를 찾은 이용훈 주교가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