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신축을 앞둔 사제들은 성당 바닥 면적을 660㎡(200평) 이상으로 설계토록 하라는 교구장님 명의 공문을 받았다. 1985년 전후 교구는 신도시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준비와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안산, 산본)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故(고) 김남수 주교님은 신도시 문제가 대두되자 사제 수 부족과 함께 10년 이내에 추진 중인 분당, 평촌, 안산, 산본 신도시 입주가 끝날 것을 우려하시고는 잇따라 사제 총회와 참사회를 개최하셨다.
나는 당시 안양지구 소속 포일본당의 분가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 방문하신 주교님께서는 성사 후 모본당인 호계동본당과 분가될 포일본당 교우들에게 “저수지(웅덩이)가 크면 클수록 고기가 많아진다”고 하시며 분가에 따른 교우들의 노고를 격려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성당을 신축하는 문제는 인간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1987년은 성모님 성년이기도 해 포일본당 소속 207세대(596명) 교우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때 맞춰 연건평 약 6569㎡(1987평)으로 유치원을 비롯해 지하성당과 소성당, 대성당, 영인 기도실, 다목적 지하 강당은 물론 약 661㎡(200평) 이상 규모 성모동산 등을 6년 반 동안 온갖 정성을 모아 성모님 성년 기념 성당으로 봉헌했다.
600명도 안 되는 교우들과 6년 반 동안 큰 규모의 다목적 성당을 봉헌하며 겪었던 일을 어떻게 글로써 형언할 수 있겠는가? 지친 교우들의 모습을 보시고 ‘내가 시작이요, 내가 마침이다’(이사 41, 6)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성모님께서 얼마나 조마조마 하시고 애를 태우셨을까? 하느님의 일을 인간적인 계산과, 인간적인 기준, 상식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빙그레 웃으시며 이 땅을 내려다보실 것이다.
30년 전 정성을 한데 모아 성모님 성년 기념 성당을 봉헌했던 교우들과, 애태우셨던 하느님, 조마조마 하셨던 성모님께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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