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들과 만나면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 걸렸다’고 하신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머리로 이치와 경우를 따져 드러나기보다 가슴으로 먼저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33년간 한센인을 위해 묵묵히 무료 진료 봉사를 해온 치과의사 강대건(라우렌시오ㆍ82)씨는 6일 전국 가톨릭 한센인들의 모임 한국가톨릭자조회(총재 엠마 프라이징거, 회장 박명서)에게서 감사패를 전달 받고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강씨에게 한센인들과 함께한 30여 년 세월은 가슴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달식은 고령으로 더 이상 봉사에 나서기 어려운 강씨를 위해 강씨에게 혜택을 받은 전국의 한센인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수 마련한 자리다.
강씨는 1979년부터 가난한 한센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진료를 펼쳤다.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가 쉬는 주일이면 어김없이 한센인들을 만나 새벽부터 밤까지 진료에 나섰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의 보조 없이 지금까지 1만5000여 명을 치료했다.
강씨는 경기 포천 농축 단지와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 대구 가톨릭 피부과 의원, 전라도 지역 공소 등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에서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10년이 넘게 진료를 이어갔다. 재료비만 받고 진료에 임했던 강씨는 그마저 아끼려 직접 틀니를 제작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남은 재료비는 다시 한센인을 위해 공동체에 기부하고, 한 푼도 자신을 위해 남기지 않았다. 강씨는 “돈에 얽매이지 않으니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신앙심이 깊었던 강씨는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을 위한 무료 구강검사와 치료를 하기도 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한 봉사에도 나섰다.
강씨의 이러한 봉사는 이번 감사패 전달로 세상에 알려졌다. 일전에는 찾아오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기 일쑤였다. 봉사 초기에는 가족이 걱정할까 몰래 다닐 정도였다.
강씨와 함께 일했던 한국가톨릭자조회 엠마 프라이징거(82) 총재는 “강 선생님은 식사시간조차 아껴가며 한센인들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오셨다”며 “숨어서 겸손하게 봉사를 해오신 강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모든 것이 주님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명서(베르나르디노·60) 한국가톨릭자조회장은 “예전 우리 환우들은 병원 진료는 물론 버스도 못 탔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강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노고가 있어 우리도 이처럼 대접 받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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