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 하십시오. 힘이 있을 때, 직분을 맡았을 때,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도우십시오.” 신부님 강론 말씀을 들으며 교우들이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더러는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는 단어를, 언제 어떻게 불려 갈지도 모르는 삶을 열심히 활발히 살자는 자기 다짐을, 그중 본당 봉사 직분을 맡고 있는 이들은 마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 나가라’는 예수님 말씀을 떠올렸을 듯합니다.
봉사를 맡고 있는 형제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공감하면서도 한편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말이 ‘직장일이 우선이니…’하는 말입니다. 가계 경제를 담당하고 경쟁 속 사회적 성취도 일궈야하는 직업 전선에 놓인 입장을 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지만, 영성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직분의 나태를 포장하고 합리화하는 말로도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이날 강론, ‘있을 때 잘해라’하는 말씀은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잘하라’는 말을 생각해봅니다. 이 말에는 ‘열심히’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당 직분을 맡는다는 것, 그것은 열심히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라는 기본 위에 그 일(직분)의 수행을 ‘잘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나아가 잘하기 위해서는 일을 ‘말’보다는 묵상 과정을 거치며 직분의 바른 모습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묵상과정은 곧 영성으로 직분을 접근하라는 다른 표현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성! 다소 어려운 표현일 수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내가 맡은 직분을 주님 보시기에 합당하게 할 수 있을까’를 주님과 마주하며 묵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무리일까요. 봉사라는 것이 혼자보다는 단체 구성원들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배려하는 연민 의식과 융화가 필요하기에 조용히 묵상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성모성월인 5월입니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봄꽃 향연 속에 구원의 중재자인 성모님을 부활의 믿음을 증거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내 맡은 직분을 어떻게 하면 주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잘 할 수 있을지 지혜를 주실 것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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