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보고 싶었어!”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와락 안기며 박성순(로사·49·안동교구 상주 계림동본당)씨가 내뱉은 첫마디는 ‘보고 싶었다’였다. 그러고는 이내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 시작한다.
본당 부회장 김영순(요안나)씨와 사연을 소개해준 고은희(베로니카)씨와 함께 최범수(야고보·60)씨 집을 찾았다. 최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변변한 직업 없이 폐지를 모으며 생활하고 있다. 아내 박씨는 지체장애 3급으로, 왼쪽 팔과 다리가 뒤틀려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원래도 거동이 불편했는데, 지난해 겨울 넘어져 다친 후로는 문 밖을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해 사람이 몹시도 그리웠단다.
박씨는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성당과 복지관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복지관장 감사패를 두 번이나 받고, 2002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을 정도. 이에 질세라 남편 최씨도 열심한 봉사활동으로 상주시장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어려운 형편에도 남을 도우며 살았는데, 몸 상태가 악화돼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부부의 정부지원금은 모두 합쳐 50여만 원. 여기에 폐지를 팔아 버는 10여만 원이 수입의 전부였는데, 폐지창고로 쓰던 곳에 도로가 나게 되면서 그나마도 할 수 없게 됐다. 아파트 관리비와 가스·전기요금 등 각종 세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수중에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이지만 해마다 임대보증금도 오르는 바람에 형편은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난방비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중앙난방식이라 그마저도 어렵다.
최씨는 17년전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은 후로 호르몬제를 비롯한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는데다, 어지럼증까지 있어 쓰러지기가 일쑤다. 정신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앞니도 크게 부러졌고, 성했던 오른쪽 다리마저도 체중이 쏠려 연골이 많이 손상된 상태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제대로 된 검사는 받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박씨를 지탱해 주는 것은 꾸준히 읽는 성경말씀과 기도생활뿐이다. 박씨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것도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덕분”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낫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서슴없이 “성당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박씨는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이토록 순수하면서도 간절한 바람이 또 있을까 싶어 너무도 쉽게, 때로는 의무적으로 주일미사에 참례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보다 누군가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해맑게 웃는 박씨의 모습을 보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봉사하는 삶에서 커다란 기쁨을 얻는 부부의 웃는 모습을 되찾아 줄 따스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부부의 선행을 다시 시작하도록 돕는 우리의 또 다른 선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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