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한데, 또 한불(韓佛) 교류에 더욱 훌륭한 공을 세우신 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훈장을 받게 돼서 한편으로 부담도 큽니다. 그분들을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서울 하비에르 국제학교 명예교장 엘렌 르브렝 수녀(78·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가 23일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 국가 공로 훈장을 받는다. 프랑스 교육체제로 교육하는 ‘하비에르 국제학교’ 설립을 통해 한국 프랑스 국가간 교육 및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18세에 젊은이 교육을 사명으로 하는 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에 입회, 60년 가까이 청년 교육에 헌신한 엘렌 수녀는 그 중 33년의 세월을 한국 청소년들과 대학생 교육에 이바지했다.
2002년에는 하비에르 국제학교 문을 열면서 프랑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국내에 소개한 엘렌 수녀. 그는 이 같은 프랑스 교육 제도의 도입에 대해 “지식만으로 머리를 채우기 보다는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이 프랑스 교육의 특징이라고 할 때 수능위주의 한국 교육 제도 하에서는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에 기존 프랑스 학교가 설립돼 있었지만 이 학교는 프랑스 국적이 있는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는 공립학교라는 면에서 하비에르 국제학교와 차이가 있다.
엘렌 수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조기 유학’, ‘기러기 아빠’ 문제 등으로 인한 ‘가정 해체’ 문제, 그리고 과중적인 과외 수업 등으로 발생하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보면서 “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가 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일지” 고심했다고 한다.
“학교 교육 체제를 보안하는 대안학교를 설립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결국 젊은이들이 모든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하는 교육, 남을 배려하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죠”.
학교 설립 후 지금까지 8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소식을 전해준 엘렌 수녀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희망하며 프랑스 의대에 진학한 학생, 또 제3국 어린이 인권 보호를 꿈꾸며 법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예를 들면서 “출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선·인류애를 지향하며 의사·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 모습이 기특하다는 말로 학교 설립의 ‘보람’을 드러냈다.
고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 등을 프랑스어로 번역, 프랑스 문단에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데 크게 일조한 바 있는 엘렌 수녀는 앞으로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통해 한국 교육 제도 안에 다양성 있는 교육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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