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를 주제로 이야기하자.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화가 많이 난 일은 어떤 때일까?”
“친구가 진심을 알아주지 못할 때.” “어른들이 오해하고 이유를 말하려면 말대꾸라고 할 때.”
모임을 진행하는 한 학생이 주제에 따른 질문을 던지자 서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관찰’한 학생들은 다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나눈다. 자기 관점에서뿐 아니라 상대방이나 다른 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또 성경내용과 교회문헌을 읽으며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판단했을지’를 고민한다. 다음 과정은 ‘실천’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실천과제를 정하고 다음 모임까지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마치 토론교리처럼 보이는 이 모임은 사실 주일학교 모습도, 교리수업도 아니다. 바로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운영하는 가톨릭학생자치모임, 가톨릭학생회 셀(Cell)의 모습이다.
중·고등학교 가톨릭학생회의 셀 모임은 모임마다 주제를 두고 ‘관찰-판단-실천’의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체득하고 실천해나간다. 주제는 가족, 친구 등 학생들에게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환경, 사형제도, 낙태 등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토론식 진행이 요즘 학생들에게 지루해 보일 법도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즐겁다는 반응이다. 또 모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교류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에도 나서고 있다. 하비에르국제학교 셀 리더 김결(아우구스티노·16)군은 “우리 눈높이에 맞는 주제를 중심으로 성경 말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면서 “우리 스스로 진행하는 셀 모임이나 여러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즐거워서 남이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셀 모임을 할 수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1960년 대학생연합회에서 분리돼 1970년대 초반까지 전국연합을 형성하며 성장했던 가톨릭학생회지만 현재는 전국단위의 교류도 없을뿐더러 국제가톨릭학생회(IYCS)에 한국대표로 가입된 곳은 서울대교구뿐이다. 서울 동성고 셀 리더 이재호(대건안드레아·18)군은 “신자 선생님들도 잘 모를 정도로 셀 모임의 인지도가 낮아 활동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많은 학생들이 셀 모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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