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남편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 주일이면 먼저 옆에서 성당에 안가냐며 재촉하기도 한다. 아직 함께 성당에 나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예전처럼 펄쩍 뛰며 막지 않고, 나 혼자서라도 성당에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두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매일매일 설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편이 변했다고 느꼈는데,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즈음 나는 남편이 하는 행동마다 칭찬하기 바쁘다. 남편이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고, 목소리도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임신부님께서 ‘내가 변해야 한다’, ‘신앙은 내 마음의 사랑을 일으켜 기쁘게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떠올리자, 남편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노력하게 됐다. 사랑한다면 인내심이 생기고 기쁨을 채워갈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나를 더욱 기쁘게 한다.
6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남편과 가끔 죽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남편은 너무 빨리 죽으면, 또한 이것도 못해보고 저것도 못해보고 지금 이 모습대로 죽으면 속상하고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예전엔 나도 가끔씩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누구에게나 닥치는 공평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며 담담해지려고 노력해왔다.
죽음 앞에 닥치면 정말 괴로울까? 우린 나약하고, 죽음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사이에서 나는 내 생각들이 옳다고 판단했고, 남편보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내 자신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예비신자 교리를 받으면서 또 한 번 무릎을 치게 됐다. 바로 죽음에 대해 배울 때였다.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삶에 대한 내용이었다.
먼저 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죽음을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는 특별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부활에 관한 설명을 들을 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죽음은 부활로 가는 과정이라는데, 주님 앞에 가는데 뭐가 두렵고 겁나냐. 세상 떠나는 것 하나도 서운하지 않고 무섭지도 않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시금 성당에 나온 것이 신이 났다.
그래도 솔직히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죽음이 삶의 마지막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 된다는 말 등은 도무지 깊이 와 닿지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십자가의 길 기도는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십자가의 길이 만들어진 성당 언덕이 너무 아름다워 그곳을 자주 찾아 기도해왔다. 매일같이 십자가의 길에 새겨진 기도문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예수님께서 우리를 살리시려고 십자가 위에서 고초를 겪었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이 절감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누구나에게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주셨음에 감사하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반가운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듯이 우리도 죽음에서 부활하여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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