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가정사목연구소가 마련하는 ‘아버지 대회’는 가정의 성화를 위해 아버지들이 지혜와 겸손, 인내로써 성(聖)가정을 이루고, 가장으로서 충실히 살 것을 약속하는 장이다.
5월 23일, 여섯 번째 아버지 대회는 수원성지(담당 나경환 신부)를 찾아 ‘행복을 만드는 달빛 순례’로 이뤄졌다. 가족과 함께 달빛을 따라 화성을 걸으며 순교자의 넋을 기리고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추억의 여정인 것. 이번 주에는 아버지 대회 달빛 순례길을 함께 걸어본다.
■ 가정을 위한 미사
‘행복을 만드는 달빛 순례’는 오후 8시 수원성지 북수동성당에서의 ‘가정을 위한 미사’로 시작됐다. 3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가족의 손을 잡고 성당에 들어선 아버지들은 설레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정을 세운다’는 작은 현수막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미사는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와 수원성지 담당 나경환 신부, 교구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이석재 신부, 수원성지 보좌 조성규 신부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강론을 맡은 나 신부는 2000여 명의 순교자들의 얼이 서려 있는 수원성지를 소개하고 “수원성지의 순교자들은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마저 사랑하며 기쁘게 목숨을 바쳤다”며 “우리도 세상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앞으로 어떻게 가정을 지탱할지 생각해보는 한편, 아버지, 어머니, 자녀가 서로 삼위일체로서 서로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확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정답게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했다. 아울러 이날 미사 중에는 성요셉 아버지학교 새 교장인 이 신부와 첫 인사를 나눴다.
■ 달빛 따라 걷기
미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촛불을 켜고 수원성지 마당 성모상 앞에 모였다. 나 신부는 달빛 순례를 시작하며 수원성지의 역사를 담은 옛날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들은 역사책에서만 보던 조선시대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묵주기도 빛의 신비로 달빛 순례가 시작됐다. 수원성지를 벗어나 사잇길로 줄을 이어 걸었다. 찻길에서는 서로를 챙겨가며 끌어준다.
처음 도착한 곳은 정약용이 마을 치수를 위해 설계했다는 화홍문(북수문)이다. 나 신부가 “화홍문의 수문 7개는 정약용이 칠성사의 의미를 담아 설계했다”며 “아울러 이 수문 7개는 노아의 방주 평화의 상징인 무지개를 의미하기도 하지요”라고 설명했다.
여정이 더해질수록 밤이 깊어졌다. 밤공기마저 무더운 여름 날씨지만 가족들 간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재밌다.
순례길은 효수된 순교자들의 목이 걸렸다는 서민들의 통로 북암문과 화성 팔경의 제일로 꼽히는 용연 등으로 이어진다. 방화수류정에서는 십자가형 지붕과 벽에 새겨진 십자가를 통해 정약용의 십자가 신심을 배웠다.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순례에 동참했다.
시간이 자정을 향해 가자, 점점 아이들이 졸린 눈을 비볐다. 부모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순례 코스를 조금 바꿔 빠른 길로 수원성지로 돌아왔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만난 얕은 성벽 여장의 세 개의 구멍은 삼위일체를 의미한단다.
수원성지 문을 들어서는 길, 조용하던 성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성지 내 순교자 현양비 앞에서 순례길을 마감했다. 참가 가족들은 챙겨갔던 초에 불을 당겨 순교자 현양비 앞에 봉헌했다. 마음을 모아 기도도 올렸다.
아버지대회에 처음 참가했다는 윤경수(요셉·49·수원대리구 버드내본당), 장현숙(마리아·53), 윤수현(이냐시아·23), 윤수지(요세피나·20), 윤지현(율리안나·15) 가정은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이처럼 특별한 사목을 펼친다는 점이 반갑다”며 “여건 상 그동안 가족이 함께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을 기회로 가족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순례길의 마지막 수원성지 순례의 집에 간단한 간식이 펼쳐졌다. 불빛을 환하게 밝힌 순례의 집. 가족과 함께 나누는 소담스런 자리에 온기가 더해졌다.
송영오 신부는 “세상 속에서 배우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느냐”고 물은 뒤, “아버지는 가정의 울타리임을 알고 가정성화의 중심이 되는 존재로서 더욱더 남편에게 도움을 주고, 남편 또한 가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아버지들을 격려했다.
♣ 바로잡습니다
6월 2일자(제277호) 4면 르포 제6회 아버지 대회 ‘행복을 만드는 달빛 순례’기사에서 ‘보정본당 주임 이석재 신부’는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이석재 신부’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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