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2일 요양병원에 입원한 이후 송준(아우구스티노·44·전주교구 송학동본당)씨에게 하루하루는 그저 싸움의 연속이다. 등산 좋아하고, 운동 잘하던 송씨는 이제 두 팔을 좌우로 흔드는 것과 고개를 움직이는 것 외에는 꼼짝도 할 수 없다. 왼쪽 다리는 감각조차 없고, 오른쪽은 그저 꼬집었을 때 아픔을 느끼는 정도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송씨는 웃는다. 살기 위해서다.
“제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죠. 일단 제가 저를 이겨야 버틸 수 있으니까요.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면 나만 더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사업을 하던 송씨는 2008년 초 사기를 당해 재산 전체를 날리게 됐다. 그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려줬다. ‘루게릭병’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루게릭병이 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정말 무서운 병이더라고요. 짧으면 2~3년 길어야 7~8년이라는데….”
루게릭병이라 하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대뇌 및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점차 몸에 감각이 사라지고 움직일 수 없게 돼 사망하게 된다.
“그나마 마음의 위로가 됐던 것은 밑에서부터 오면 진행이 느리다고 하니 7~8년은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송씨에게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사는 거다. 그가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어떻게든 병의 진행상황을 늦추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노력하는 이유다.
“돌이 막 지난 딸아이를 두고 아내와 이혼을 했어요. 성격차이 때문이었죠. 그 이후 어머니께서 딸을 돌봐주셨지만 솔직히 엄마가 없어서 상처가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저마저 일찍 떠난다면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겠어요. 그래서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버틸 겁니다.”
병의 진단을 받고도 1년이나 입원을 미뤘던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가족에게 내색하지 않고 돈을 벌기위해 노력하던 송씨는 결국 가족들에게 병이 알려져 입원하게 됐다. 정부보조금과 장애인수당, 지인들의 도움으로 버텨왔지만 벌써 몇 달째 병원비가 밀려있는 상황이다.
송씨는 이제 몸을 갉아먹고 있는 병마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햇볕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더운 날씨에도 긴소매의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럼에도 송씨는 오늘도 웃는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 운동을 수시로 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신경이 버틸 수 있도록 손가락끼리 맞추고 찍고 돌리고 하고 있어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생각보다 힘들어요. 그래도 꾸준히 해야죠. 할 수 있는 한 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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